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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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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멈춤
글쓴이
박승오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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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5 (31)
엄마토끼

새해의 시작에 참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고민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켰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변화는, 어떤 한 순간 한 사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변화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 이면의 숨은 의미를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일어난다고 말이다.
전환의 순간은 사실 시점이 아닌 '기간(period)'이다.

이런 전환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저자들은 이를 외부/내부와 시점/기간의 두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적으로) 한 사건이 일어나고 → (내적으로) 그 의미를 깨달으며 → 그 깨닫는 과정을 지속하면 → 외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책은 세 번째 단계, 즉 깨달음을 바탕으로 의미를 점점 심화해가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지속해온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런 전환을 알리는 몇 가지 삶의 계기이 있는데, 1) (가까운 사람이나 환경으로부터의) 공간적·정서적 분리, 2) 역할의 상실, 3)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이나 사실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경우, 4) (더 이상 추구해야 할 것이 없거나 무의미해져)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경우다.
이 때 우리는 삶을 바꿔 줄 '결정적 사건'을 마냥 기다리지만, 사실 변화의 본질은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재해석해 낼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다. 경험의 크기가 아니라 '깨달음의 크기'가 삶을 바꾼다.
분주하게 어디론가 향하던 발걸음을 '멈춤'으로써 새 길을 발견하고, '비움'으로써 새 삶을 채워넣을 수 있다.

삶의 부름에 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사건과 마음 속 현상을 의미있게 연결 하려는 도구들이 필요하다. 외부의 사건을 내 안으로 가져와 의미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내면의 음성을 밖으로 표현하여 삶에서 직접 실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들은 아홉 가지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공간, 상징, 종교, 스승, 공동체가 그것이다. 일상에서가 아닌 전환기의 도구는 더 깊이 있게 자기를 탐색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전환자들은 두 개 이상의 도구를 활용했지만, 사람에 따라 도구의 활용방식이 달라지기도 했다. 따라서 누군가의 방식을 모방하는 건 무의미하다. 각자 자신의 기질과 상황에 맞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도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이후, 특정 도구를 주도구로 사용한 여러 전환자들의 변화 과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보조도구로 사용한 경우와 저자의 사례도 예로 들고 있다. 
나는 이 중 독서와 글쓰기가 익숙하게 느껴졌고, 취미와 공동체가 새롭게 다가왔다.

먼저 독서에서는, 수녀원의 혹독한 수련에서 느끼지 못한 신의 현존을 문학에서 체험한 카렌 암스트롱과, 가방끈 긴 백수가 되어 5년간 책만 파다 신화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 조지프 캠벨을 소개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한다는 특정한 방법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모든 책은 고유의 빛을 품고 있고, 독자의 감지력에 따라 책 속의 빛이 밝아지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진정 만남이고 운명이다.
다만 결론이나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사유의 재료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는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조지프 캠벨은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어떤 결론을 내려 주지 않는 책>을 좋은 책으로 꼽는단다. 나도 이런 책이 좋은데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다. 앞으로 독서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야 하는 이유다.
어쨌든 독서는 즐거워야 하고, 의무감이나 불안감이나 허영심으로 읽으면 안 되기에, 무조건 폭 넓게 읽으려고 억지 노력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좋은 문장>을 얻는 것이다. 책 전체의 내용이 아니라, 좋은 문장 하나가 삶을 바꾸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은 내 마음속에 이미 있었던 것, 그러나 콕 집어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의식의 표면 위로 환하게 드러낸다."


글쓰기에서는 자기 자신이 독자가 되는 글쓰기를 한 구본형과, 온몸으로 글을 쓰며 죽음을 극복한 빅터 프랭클을 소개한다.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성장을 도모하려는 글쓰기는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성장과 변화를 위한 글쓰기로 자서전 쓰기, 연대기, 일기, 초서와 필사 등을 예로 들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마음가짐이다. 무엇을 쓰든 성실하게, 매일매일 시간과 노력을 쏟아 정성을 들이라는 것이다. 글쓰는 일이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다.

한편, 취미가 전환기의 도구로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즐기다 보니 그게 내 일이 되고 그런 스토리는 흔하다. 그러나 취미처럼 순수하게 그 일을 사랑한 힘은 자기 분야를 더욱 확장할 수 있게 한다.
헤르만 헤세는 밝고 단순한 그림을 그리면서 어둡고 복잡한 그의 소설과 삶을 보완하고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는 그림 그리기와 심리치료를 계속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해방감을 경험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전환기 이후로 작품의 특성이 변화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저자들은 취미를 1) 단순히 쉼을 위한 취미, 2) 여가를 즐기기 위한 취미, 3) 삶을 새롭게 고양시키는 취미의 세 수준으로 나누고 있다. 좋은 취미는 우리에게 심리적 여백을 준다. 취미이기 때문에 실패를 허용할 수 있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자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는 세 가지 수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그 중심에는 몰입이 있다는데, 나는 과연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독서인데, 그 이외의 취미를 찾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몰입해왔던 일들 중에서 다시 또 하고 싶은 일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취미는 단순히 '할 거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큰 결과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이 아니라, 하루하루 순수하게 희열감을 맛볼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저자들의 조언처럼 내가 진짜 원하면서도 오랫동안 즐겨할 수 있는 일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발견해볼 영역이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도구로서의 공동체에도 매력을 느꼈다. 그냥 만들어져 있는 집단에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영감만 불어넣지 않는다.
실제로 변화된 삶을 위해서는 하루 일과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결국 하루가 전환의 현장이고,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전환은 없기 때문이다.
전환기를 잘 겪어냈다면 대담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세상에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주어지는 세상에서 그냥 살아가는 삶은 아니다. 자기를 닮은 의미 있는 세계를 구축하여 자기답게 살아간다.

그냥 지금 이대로는 일하는 것이 두렵고, 뭔가 내 자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마치 세상에서 외따로 있는 존재 같이 느껴지는 시간을 지나고 나니, 이전에 내가 원했던 일들에 강한 열망을 느끼면서도 막상 뛰어들기는 싫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면서 지금이 전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아직 젊다고,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 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는 내 삶의 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여행자는 외부의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부딪힘으로써 낯선 것에 반응하는 내면의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이 나를 소환하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모습은 전에 없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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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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