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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1. 읽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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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글쓴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7 (11)
여왕벌

한 여자가 있었다. 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종교가 있느냐?고. 젊음이 무기였던 여자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무신론자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믿습니다.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나 하나 뿐입니다...
여자는 다행히 합격하여 그 회사에 다닐 수는 있었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불명예스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나다. 정말이지 그 때를 생각하면 극도의 창피함이다. 무슨 취기와 배짱이었을까. 그때 나는 신을 부정했었다. 그렇다할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신이 있다면 날 결코 이렇게 놔두진 않았을거야, 하던 IMF의 취업준비생이었다. 
 
또 한 여자가 있다. 신을 믿고 신의 구원을 전제로 기도하는 여자가 이었다. 파우스트의 그레트헨.  
 
악마는 신과 내기를 한다. 그는 학문적 탐닉 후 일상적 삶을 부러워하던 파우스트를 욕망과 쾌락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즐기기엔 늙었고 욕망이 없다기에는 너무 젊은 파우스트. 그는 악마가 건낸 마법의 약을 먹고 삼십년 젊어진다.  
 
젊음과 동시에 그가 얻은 것은 악마도 손 델 수 없는 순수한 그레트헨. 그러나 그는 악마의 속임수에 빠져 그녀의 오빠를 죽인다. 그녀는 어머니를 죽이고, 그들이 사랑하여 낳은 아이를 물 속에 빠뜨려죽인다. 결국 그녀는 사형선고까지 받는다.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뇌하던 파우스트는 감옥에 갖힌 그녀를 구하러 간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까지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하나님의 심판을 기다린다. 
 
결국 신과의 내기에서 이겼다고 생각한 악마는 그녀가 심판을 받았다!!!고 외친다.
그러나 곧 하늘에서 그녀는 구원받았다!!!는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랑밖에 몰랐던 이 순결한 여자는 가족도 잃고 자신도 죽을 운명에 처한 가련하고 불쌍한 여자인가. 아니면 사랑에 속아 가족과 자신을 죽음으로 치닫게 한 무지한 여자인가.  
 
이야기는 구원받음으로 끝난다. 그래서 종교적 신념이 없던 과거의 내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이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종교적 신념을 지닌 현재의 나. 나의 독서록에 들어가지 못한 가엾은 책을 구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쉽게 풀어놓았을 청소년 문고에 손을 뻗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을지가 궁금했다. 
 
역시 이 책은 이성에 의한 결론으로 보기는 힘들다. 기독교 사상을 가지고 해석해야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괴테는 욕망과 쾌락에 젖은 파우스트를, 사랑에 눈이 멀어 가족을 죽인 그레트헨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은총으로 죄를 사하여 주었다. 왜? 
 
그들은 스스로가 지은 죄를 인정하고 그것에 고통스러워하며 신의 판단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뉘우침과 자기 체념이 있었다. 이것이 깨달음 아니었을까. 이것이 신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착한 사람도 되었다가, 간혹 나쁜 사람도 된다. 그것이 의지와 상관없이 모르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잘못을, 지은 죄를 깨닫는다. 신이 구원할 사람은 그 다음부터다. 지은 죄를 깨닫고, 그로인해 스스로 고통스러워 한다면 이로써 죄에 대한 벌은 치른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죄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신의 은총을 받는 것이다. 
 
왜 슬퍼하나요? 기도할 수 있는데... 길을 걷다가 교회에 걸린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느낀 것이 있다. 살다보면 기도밖에 할 수 없을 때가 온다는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일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탄생보다는 죽음을 앞두었고,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커보일 때이고, 만남보다는 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했을 때가 그럴 것이다.  
 
절망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럴 때가 되면 기도라도, 기도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슬퍼할 일은 아닌 것이다. 기도가 구원해주지 못한다해도 믿음으로 기도하면 순간은 희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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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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