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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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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톤도 궁금해하는 바다상식
글쓴이
김웅서 저
지성사
평균
별점9.4 (31)
정원선

 

 

내가 초중고를 거치면서 역사나 지리 과목에서 우리나라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들었던 표현 중 하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륙 쪽으로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확장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까운 탓에 국가의 발전과 미래의 동력을 해양에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런 틀에 박은 진부한 표현이 21세기를 맞은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이제는 주변국들까지 해양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져서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이렇게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꾸준한 편이지만 정작 해양에 대해서 딱히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은 비단 나에게만 불편한 진실이 아니리라 본다. 최근에 해양 스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고 대형 여객선을 통한 해외 여행객들의 방문이 중요한 관광 아이템으로 떠오른 사실이 바다를 한번쯤 떠올려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바다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의 수준은 학창 시절에 단편적으로 배운 정도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퇴보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바다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평생 바다를 연구하고 알려온 전문가가 쓴 책이 출간되어 무척 반가운데, 바로 김웅서의 『바다 상식』이다. 이 책은 솔직히 바다에 관한 지식이 바다 자체만큼이나 광범위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대단히 적합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바다를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정보와 사실들을 대단히 알기 쉽고 평이한 표현으로 소개함으로써, 바다를 주제로 하는 대화에 참여하거나 바다와 관련된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때 일정 수준의 상식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저자가 바다와 관련해서 쓰이는 단위나 용어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는 덕분에, 우리는 예전에 학창 시절에 교과서를 통해 바다에 관한 새로운 개념이나 사실들을 거의 주입식으로 암기했던 악몽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전혀 느낄 필요 없이 참으로 저자가 이끄는 대로 바다에 대한 지식의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또한 저자가 첨부한 여러 사진 자료들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바다와 관련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나 내용이 등장해도, 기초지식과 개념을 먼저 소개받고 들어가니까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학창 시절에 이런 학습법으로 공부했다면,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유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도 든다).

 

거기에 덧붙여 지적할 점은 저자가 단순히 바다 자체만, 그리고 바다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지식만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의 구성과 특징, 바다의 기원이나 역사는 물론이고 우주에서 물의 존재, 지진과 쓰나미, 지구 온난화, 환경 호르몬, 영토 경쟁, 환경오염 등과 같이 비록 바다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결국 바다와 이어지고 나아가 인간 생존과 직결된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시사적인 항목들까지 꼼꼼히 다룬다. 덕분에 지금껏 대단히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막연하게만 느꼈던 지구 전체의 유기적 구성과 환경을 매우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 곧 그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바다에 관한 상식 습득이 일차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바다와 관련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여 우리를 바다와 친숙하게 함으로써, 바다의 진정한 가치와 중요성과 소중함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를 바탕으로 바다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다 함께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뚜렷한 윤리적 방향성을 함축한다. 결국 저자는 이 책에서 바다가 단순히 이용 가치를 위한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생존 환경이라는 사실에 우리의 주의를 환기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바다를 소개하는 단순 입문서보다 바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호소하는 환경 보고서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우리가 대단히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단순히 미래의 발전 동력이나 관광 상품이나 자원 개발과 같은 경제적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했던 바다... 하지만 바다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이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를 알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기에, 이 책을 읽은 뒤에 느끼는 감정은 여타 다른 책을 읽었을 때와는 달리 뿌듯함과 비장함이 뒤섞인 각오라고 표현하는 편이 맞겠다. 이 책은 상식을 목적으로 하든 아니면 이런 가치관을 염두에 두든 상관없이 유익한 읽을거리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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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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