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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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글쓴이
헤르만 헤세 저
문예출판사
평균
별점9.6 (17)
march

 

 

아무리 좋은 책이라하더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그래서 가까워지지 않는 책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 그랬다. 아주 어릴 때 읽었던 데미안은 큰 감동을 남기지 못했고, 헤세는 저 멀리 있었다. 그러던 중 정여울 작가의 헤세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을 보고 데미안을 다시 읽었고, 헤세의 작품은 꼭 읽어야할 목록에 당당히 올라있다. 

 

 이 책은 에세이인듯 소설인듯한 이야기 18편이 수록되어 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그게 뭐 대수일까 싶긴 하지만. <정원 일의 즐거움>이란 책을 펴냈을 정도로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던 헤세의 모습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다. <붓꽃 사랑>이나 <사이클론>에서 집을 나선  주인공이 정원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들, 정원을 벗어나 만난 풀들에 대한 섬세하고 애정어린  묘사는 내 눈 앞에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이런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는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한 폭의 수채화가 그 아름다움을 더 극대화 시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들었다.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은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는 잔잔하게 깔려있는 BGM의 역할을 하는듯하다. 헤세는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았다. 모든 이야기 속에서 두 가지 큰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소년이 청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서 자아찾기를 하는 거였다.

 

그런 기쁨은 나의 마음 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언제, 왜 없어졌는지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그런 데다 어른들의 기쁨은 아직 제대로 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 시절의 기쁨이 차지해야 할 내 마음 속 자리에는 불만족스러움과 동경의 자리를 잡고 있었다.-p 60

 

삶과 나 사이의 균열을 나는 본능적으로 배움과 지식과 인식으로 메워보려고 애썼다.-p61

 

<내 나이 열여섯이었을 때> 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글은 사춘기 소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문장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를 화자처럼 건전하게 헤쳐나가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당시 만 열 여덟살이었던 나는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를 만끽했으나, 나의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중략) 나에게 직업이란 바깥 세계로 통하는 하나의 길일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분명 만족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새로운 길이란 어떤 종류일까?- p 254

 

<사이클론>에서 열여덟살 화자는 직업에 대해서,어떤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할 지 또 고민을 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변화할 수 있는 재능을 갖지 못한다면 ,그것들은 유한함 속에서 슬픔과 근심을 느낄 것이며 결국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은 사라지게 된다.- p181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두려워지는 것이 많다. 내가 힘들게 쌓아놓은 것들이 무너질까봐 도전은 어느새 먼 곳으로 사라지고 안정만을 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픽토르의 변화>에서  픽토르는 항상 똑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고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일테다.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감이 좋지 않을까? 성장하면서 자신을 찾으려는 욕구는 자꾸 강해지고. 그 고민들을 하나 하나 해결하면서 삶이라는 것을 완성해나가겠지.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나를 찾기 위한 질문을 얼만큼 많이 하느냐에 따라 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것 같다.

 

 또 하나는 사랑이었다. 여인에 대한 사랑, 통상적인 사랑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무수한 질문들을 하고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이웃 소년의 키스 소식을 듣고 자신도 용기를 내어보는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년의 시선으로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인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고 감옥에 가는 남자의 모습도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후에 남겨진 남자의 안타까움도 만날 수 있고, 본인은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을 갈구해 오는 여자에 대한 미안함등 여러 색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사랑을 쟁취할 것인가?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데,다가오는 저 여인을 어떡할 것인가? 사랑, 왜 이리 어려운걸까?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고뇌와 인고 속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사랑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가 헌신적으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가장 힘들게 얻은 것일수록 가장 좋아하게 마련이다. - p15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이 글이 가장 맘에 남는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장편소설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헤세를 만났다. 문장들은 아름다웠고,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난 무게로 누르지도 않았다. " 당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글들은 오랫동안기억에 남아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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