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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글쓴이
헤르만 헤세 저
문예출판사
평균
별점9.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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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읽지 않다가 작년에 우연히 읽게 된 <수레바퀴 아래서>를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오래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여 난해하다고 생각한 <데미안> 역시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새롭게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청춘이 아닌 중년에 접어들면서 그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에 늦게나마 감히 친구를 한명 얻은 듯한 느낌을 주는 헤르만 헤세. 그래서였는지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들을 순서대로 읽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하여 헤세의 또다른 면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이거나 관조적인 느낌으로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는 꽤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나름의 성찰의 요소를 곳곳에서 표현을 하고 있기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꽤 진지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은 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또는 에세이로 가득한 이 글들은 헤세의 색다른 글쓰기를 통하여 그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빙판 위에서>는 독자를 편안하게 이끌어내는 느낌이다. 마치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먹는 디저트처럼 말이다. 왠지 헤세의 유년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이 묻어나는 이 작품은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유년기의 순수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해주고 있어서 나 역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 책에 실린 다수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문구에 대하여 이해하게 된다. 과거의 경험 또는 생각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하여 마치 헤세라는 카메라로 하여금 이들 작품을 사진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성장하고 있지만, 그러한 성장에 대한 설명보다는 과거 잊고 있었던 추억에 대한 끄집어내기가 그러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짧은 분량이지만, 안제름의 성장과 더불어 그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추억을 친구의 여동생을 통하여 회상시키는 <붓꽃 사랑>은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리스'는 푸른 붓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리스에 대한 안제름의 구애와 죽을 때까지 안제름의 구애에 대하여 답을 주지 않는 일리스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제 피어 있는 이 꽃을 보면서 나 역시 이제서라도 안제름이 일리스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떠올린 과거의 사랑스러운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헤세는 <붓꽃 사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랑에 대한 생각과 연관지어 글을 쓰고 있다. 일리스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과거 정겨웠던 자신의 삶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랑은 단순히 그의 작품의 소재가 아닌 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자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시각에 따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헤세에게 있어서 사랑은 어쩌면 그가 삶의 진리를 찾는 하나의 과정으로도 그려진다.

 "사랑이란 건 우릴 행복하게 해주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우리가 괴로워하며 참고 견디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죠."

 - p. 90 : 아틀리에의 여인 中 -

 사랑이라면 당연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사랑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이 말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헤세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은 그의 삶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그의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실제 삶에서 사랑은 어쩌면 끊임없는 내면과 외부의 대립의 상황 속에서 그를 나아갈 수 있게 해준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가 그랬던 것처럼 헤세 역시 신학을 공부하기를 바랬던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신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으며 작가가 된 이후에도 전쟁과 비극적인 가족사로 인하여 그의 창작 욕구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었다가 나중에 다시금 완숙기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싯다르타>의 주인공이 자신만의 진리를 터득하는 과정에 등장한 카말라가 사랑을 상징하고 있음을 떠올려본다면 헤세 역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통하여 나름의 안정을 이룬 것이라 보여진다.

 삶은 단지 사랑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하고 우리 자신을 희생할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의미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 p. 102 :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中 -

 

 헤세의 작품이 사랑과 연관되어서 그런 것일까?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에 실린 작품을 읽어보면 문득 그동안 읽었던 헤세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 <한스 디어람의 수업 시대>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와 동일한 이름이 등장해서일까? <한스 디어람의 수업 시대>는 마치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이 신학교를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는 뒷이야기의 새로운 이야기로 읽혀진다. 죽음이라는 비극이 아니라 사랑을 둘러싼 그의 이야기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또다른 결말로 읽혀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크눌프>가 친구의 충고를 받아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소재로 한 시, 단편, 에세이, 회고와 같이 다양한 작품이 실려있어서 마치 헤세의 사랑에 대한 소품곡처럼 보이는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그동안 그의 작품을 다소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왔던 터라 이 책은 그러한 부담을 떨치고 사랑에 대한 헤세의 따뜻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 또는 제3자로서 바라보는 상황을 사랑과 연관지어 이렇게 다수의 글로 쓸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삶에 있어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여실히보여주고 있다. 또한 책의 곳곳에 등장한 그의 그림은 헤세의 또다른 재능과 더불어 사랑이 글쓰기는 물론이거니와 그림에 있어서 그의 뮤즈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 이 리뷰는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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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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