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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in7
- 작성일
- 2008.5.16
머꼬네집에 놀러 올래
- 글쓴이
- 이만교 저
문학동네
인생살이의 고난함이 꼭 진지하고 무겁게 말해져야 되는 것은 아니다. `어이없이 부모를 잃은 다섯 남매'라는 소재는 왕년에 인기 있었던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에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한 아이템이다. 사실 1997년에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일곱개의 숟가락>은 부모 잃은 다섯 남매에게 모질게도 다가오는 불행 때문에 시청자들을 꽤나 울렸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원작인 김수정의 만화『일곱개의 숟가락』은 독자들에게 울음이 아닌 웃음을 준다. 웃는다고 현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이만교의 장편 소설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는 『일곱개의 숟가락』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다. 으레 무거움이 연상되는 소재를 작가는 웃음 속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때는 웬만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허리띠를 꽉 조여 맸을 IMF. 작가의 손은 IMF가 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훑어 지나간다. 캘리포니아로 어학 연수를 떠날 계획에 설레던 `나'는 당연히 그 꿈을 포기한다. 와이셔츠 공장에 다니던 어머니의 근무 환경은 1970년대로 돌아갔으며 작은 누나와 형의 월급은 당연히 대폭 삭감된다. 갈비집으로 호황을 누리던 큰 누나는 파산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살 집이 없어진 사돈까지 함께 살게 된다. “수돗물 잠그고 샤워해라, 코드는 뽑아 놓고 텔레비전 봐라. 양말은 뚫린 채로 신어라...” 어머니의 잔소리는 서너 배로 는다.
IMF로 더 칙칙해져 버린 생활을 작가는 다르게 묘사하고 싶어한다. “치달려오는 전철에 깔리지 않으려고 걸음아 나 살려라, 똥 빠지게 뛰고 또 뛰는” 식의 과장된 묘사가 그러하며 시장에 내다 팔 나물을 캐러 휴전선까지 넘었다는 외할머니와 조카 머꼬에게 “환장할 정도로 맛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나 줄지 않고 계속 단맛을 내는 매우 신기한 요술 사탕”을 준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그러하다. 엄연한 불행을 희석하는 예쁜 여자 친구와 귀여운 조카 머꼬의 존재가 그러하다.
“벽에 기대어 만화책 보듯이 읽어나가는 것이 더 좋으리라”, 심지어 이 소설을 “만화책으로 엮는 것은 어떨까”라는 작가의 말처럼『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라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신산스럽기는 마찬가지, 웃음을 약 삼아 즐겁게, 즐겁게 갈 일이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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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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