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96)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17.4.16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 글쓴이
- 스미노 요루 저
소미미디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에서 오는 위압감과 달리 내용은 시종일관 고교생 남녀의 풋풋한 우정과 사랑을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상당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어 각종 도서 관련 집계에서도 1, 2위를 기록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올해 개봉도 확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당히 통속적이고 신파적이며 고전적이고 그래서 식상하다. 뻔한 스토리, 뻔한 설정, 뻔한 엔딩까지를 표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막판 가도에서 꾹꾹 눌러왔던 슬픔을 뜨겁게 오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은 췌장에 병이 들어
'일 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학생과의 추억을 담은 한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주는 교훈이 있다면, 하루의 가치는 모두에게 똑같다는
것이며, 사랑이란 누가 등 떠밀어서 되는 게 아닌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는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p222
소설은 남자 주인공 '시가 하루키(나)'가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한 지난 4개월 동안을 회상하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첫 장, 첫
줄부터 이 소설을 이끌어 갈 여자 주인공 '야마우치 사쿠라(그녀)'는 죽었다는 결론부터 내린다. '나'는 '그녀'가 죽기 전에 보낸 송신
메시지를 확인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그리고 추억
건너편의 그녀를 기억하는 첫 장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시작한다. 옛 사람들은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었다면서, 췌장에 병이 난 그녀는 그의 췌장을 먹고 싶다고 당돌하게
고백한다. 또한, 누군가 나를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산다는 외국 신앙이 있다면서 도리어 '나'에게 자신의 췌장을 먹어 달라고
권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녀의 비밀일기 <공병(共病)문고>를 발견한 직후 '나'는 그녀의 가족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그녀의 병을 알고 있는 비밀 친구가 되어버렸다. 학급 최고의 인기스타인 그녀에게선 병이 들었음에도 마냥 해맑고 매사 긍정적이며 항상 에너지가
넘실 거렸다. 이에 반해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타인과는 거리를 둬서 자의적인 외톨이로 지내왔다. 그 시간은 오롯이 책만이 벗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제안으로 시시때때로 연인처럼 데이트를 즐기고, 심지어 1박2일 여행까지 다녀오면서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류까지 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죽음이 '나'와 그녀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어느 날, 예기치 않게 한 남학생의 질투는 그들을 '화해'로 이끄는
초석이 된다.
항상 혼자였던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 전에 없던 웃음과 행복감에 젖는다. 혼자였던 그는 종국엔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타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순간, 어느 누구에게나 내일이라는 선물이 보장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아직 시간이 있는 나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시간이 없는 그녀의 내일은 약속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평등하게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는 것이 불확실한 내일이었음을 고통스럽게 자각한다. 빈소에도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나'는 그녀가 일기처럼 써왔던
<공병문고>를 읽기 위해 영정 속의 그녀를 방문한다. 연인을 흔해빠진 이름으로 생각했던 '그녀', 한 번도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나', 둘은 표면적으로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관계임을 풍부하게 드러난다. 통속적인 로맨스를 지향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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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