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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
- 작성일
- 2008.5.21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 글쓴이
- 이민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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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깊이 빠져서 읽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서사가 중심이다. 1, 2권 합해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거의 대화와 서술로만 이뤄져 있다 보니 지루하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세세하고도 감각적인 묘사나 개성 넘치는 문체 혹은 눈에 띄는 특별한 사건 등을 찾기는 어렵다.
또 해외 동포 자녀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운운하기에는 책이 너무 보편적인 색깔을 띠고 있다.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논하는 게 오히려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나름 읽을 만하다. 최근에 읽었던 <달콤한 나의 도시>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는 면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달콤한 나의 도시>가 더 매끄럽게 읽히지만.
이 책의 주요 인물 3인방은 모두 여자다.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세 여자의 형편없는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케이시 한, 엘라 심, 리아 조 세 사람이 주요 인물이고 그 중 케이시 한이 이 책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세 여인은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미 금융가의 중심에 우뚝 서서 백만장자의 공짜 음식을 먹고자 하는 케이시 한, 평범하지만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엘라 심,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 그리고 신앙 외에는 삶의 낙이 없는 리아 조. 책은 그녀들이 각각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엿보는 일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네들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렇게나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특히 주인공 격인 케이시의 선택들은 그녀의 부모만큼이나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당신은 아직 멀었어. 좀 더 넓어져야 해." 라며 나를 시험(test)하려 드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똑똑하고 매력적인 동양 여자지만 그 내부는 혼돈과 무질서의 바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이나 괴롭고 불편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그녀가 내려놓은 젓가락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법이니까.
무슨무슨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내 정서에 맞는다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더구나 문화권이 완전히 다른 나라의 이야기니 더 그럴 수도. 그러나 어쩌면 나와는 그다지 맞지 않은 책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중요한 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궁금하면 읽어보는 게 최선.
아, 그리고 분량이 많아선지 오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책이 대박나서 더 찍게 되면 꼭 수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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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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