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소설

kosinski
- 작성일
- 2006.2.4
동경만경
- 글쓴이
- 요시다 슈이치 저
은행나무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네 권째 읽었다. 작가는 어려울 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의외로 무척 쉽게 투시한다. 고매한 은유나 비상한 묘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는 그런저런 풍경의 묘사와 주인공들의 소소한 동선을 보여주는 데에 적극 공을 들이는 타입이다. 주인공이 지금 걷고 있는 거리, 주인공이 지금 타고 있는 지하철, 주인공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빌딩에 대해서 그리고 바로 그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는 시시콜콜하게 묘사하지만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하지만 그렇게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가고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주인공이 걷고 있는 거리를 함께 걷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설명되지 않는 주인공의 심중을 스스로 부연설명하고 있는 독자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만다.
소설은 동경만의 부두에서 일을 하는 료스케와 그 건너편 빌딩에서 기업의 홍보 업무를 하는 미오(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숨긴채 료코라고 말하는)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뭐랄까,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십대 시절 좋아했던 여선생과의 동거, 그리고 헤어짐 이후 사랑과는 담을 쌓고 있던 료스케였지만 료코와의 첫만남 이후 그녀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료코는 료스케의 몸에는 흡착하지만 료스케의 마음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야기만 들은 바로는, 료스케였지? 그 사람은 미오가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라기보다는 단지 지금까지 몰랐던 타입의 남자가 아닌가 싶은데? 난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어.”
미오의 친구 요시노는 이렇게 충고한다. 그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오 또한 그런 자신을 정확히 판단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부두 창고에서의 섹스 이후 이제 미오는 료스케의 몸에 더더욱 빠져든다. 몸뚱이만 남고 모든 것은 사라진 것처럼 료스케의 방에서 출근하고 료스케의 방으로 돌아온다. 주말이면 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료스케의 몸과 미오 자신의 몸만이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요시노는 ‘사랑에 빠졌다’고 놀려댔지만 그건 조금 잘못된 판단이라고 미오는 생각했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컵라면을 먹는 료스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가 그토록 그의 앞에서 대담해지는 게 아니라, 그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품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해방시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니 두 사람이 마냥 순탄하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료스케에겐 료코와 사귀기 이전 어정쩡하게 만났던 마리라는 여자가 있다. 료스케는 마리에 대해 심각하지 않았지만 마리는 료스케에게 심각했던 그런 여자... 미오가 침투하기 이전엔 미약하나마 료스케의 몸과 마음에 가장 가까웠던 여자... 게다가 료스케는 아오야마 호타루라는 소설가에게 부두를 소개해주면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성지에 연재중인 소설의 주인공 모델이 되어 버린다. 산재해 있는 여러 난관을 뚫고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사랑하게 될까?
“...어떤 사랑도 믿을 수 없게 된 료스케와 자신이 어딘가 닮은 것 같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삼스레 다시 만나 대체 무엇을 시작하겠다는 걸까? 그 순간만을 즐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앞일은 생각하지 말고 단지 그 순간을 즐기라고.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은 그 순간을 실컷 즐겼다. 이제 앞에 남은 건 미래뿐이다.”
소설은 동경만의 부두에서 일을 하는 료스케와 그 건너편 빌딩에서 기업의 홍보 업무를 하는 미오(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숨긴채 료코라고 말하는)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뭐랄까,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십대 시절 좋아했던 여선생과의 동거, 그리고 헤어짐 이후 사랑과는 담을 쌓고 있던 료스케였지만 료코와의 첫만남 이후 그녀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료코는 료스케의 몸에는 흡착하지만 료스케의 마음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야기만 들은 바로는, 료스케였지? 그 사람은 미오가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라기보다는 단지 지금까지 몰랐던 타입의 남자가 아닌가 싶은데? 난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어.”
미오의 친구 요시노는 이렇게 충고한다. 그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오 또한 그런 자신을 정확히 판단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부두 창고에서의 섹스 이후 이제 미오는 료스케의 몸에 더더욱 빠져든다. 몸뚱이만 남고 모든 것은 사라진 것처럼 료스케의 방에서 출근하고 료스케의 방으로 돌아온다. 주말이면 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료스케의 몸과 미오 자신의 몸만이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요시노는 ‘사랑에 빠졌다’고 놀려댔지만 그건 조금 잘못된 판단이라고 미오는 생각했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컵라면을 먹는 료스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가 그토록 그의 앞에서 대담해지는 게 아니라, 그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품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해방시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니 두 사람이 마냥 순탄하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료스케에겐 료코와 사귀기 이전 어정쩡하게 만났던 마리라는 여자가 있다. 료스케는 마리에 대해 심각하지 않았지만 마리는 료스케에게 심각했던 그런 여자... 미오가 침투하기 이전엔 미약하나마 료스케의 몸과 마음에 가장 가까웠던 여자... 게다가 료스케는 아오야마 호타루라는 소설가에게 부두를 소개해주면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성지에 연재중인 소설의 주인공 모델이 되어 버린다. 산재해 있는 여러 난관을 뚫고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사랑하게 될까?
“...어떤 사랑도 믿을 수 없게 된 료스케와 자신이 어딘가 닮은 것 같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삼스레 다시 만나 대체 무엇을 시작하겠다는 걸까? 그 순간만을 즐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앞일은 생각하지 말고 단지 그 순간을 즐기라고.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은 그 순간을 실컷 즐겼다. 이제 앞에 남은 건 미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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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