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7.5.17
리처드 파인만
- 글쓴이
- 크리스토퍼 사이크스 편저/노태복 역
반니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나 크리스토퍼 사이크스가 편저한 『리처드 파인만』은 모두 리처드 파인만에 대한 책이지만 일반적인 평전의 형식이 아니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은 나중에 유명한 과학자가 된 저자가 교수 초년 시절 방황하고 확신이 없던 시절 리처드
파인만과의 인연을 통해 자리를 잡아나갔던 것을 회상하는 형식이고, 『리처드 파인만』은 크리스토퍼 사이크스라는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여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작자가 그 다큐멘터리의 원고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아마
그러리라). <No Ordinary Genius>(보통 천재가 아닌 사람)라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그대로 이 책(원저)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리처드
파인만의 목소리와 함께 리처드 파인만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리처드 파인만의
성격과 업적,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죽음까지 파인만과
그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파인만이라는 한 천재의 삶을 자연스럽게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1988년, 겨우 60을 조금 넘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 물리학자에 대한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뭐, 유명한 과학자이니 그렇지 않나라고 할 수 있지만, 유명하고, 혁혁한 업적을 세운 과학자들은 많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그에 관한 책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은 물리학자가 바로 파인만이다. 그렇다고
그가 많은 기행을 저지른 인물도 아니다. 그리고 그가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어서 그런 측면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도 아니다. 사회적 책무라고 한다면 챌린저 호 폭발 사건 조사 위원회에 참여해서, 오링의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준 일화가 거의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는 의도적으로 ‘사회적 무책임’하자고 했던 인물이다.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 유쾌함은, 말하자면 인간적인 면모였다. 두말 하면 잔소리일 만큼 천재였던 그였지만, 천재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겸양 떨지 않으면서도 천재적 발상을 스스로 즐겼던 인물이었다. 자신의 연구가 세상에 어떤 쓸모가 있을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면서 단지 즐거운 연구를 하고자 했다(그러고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세상에 대한 온갖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의
내면에 숨어 있는 과학적 경이를 찾고자 했다(그는 과학이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빼앗아 간다는 견해에
반대하여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오오오. 경이롭지 않은가!”라고 하는 것도 무언가를 정말로 아는 것이 훨씬
더 경이롭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충분히 놀랄
만큼, 부러울 만큼 천재였으며, 또 천재라는 이유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과 함께 평범한 우리와 늘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각인시킨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것은, 많은 사진들이다. 수학공식과 함께 여러
여인들을 스케치한 노트 한 면은 그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나로선 거의 해독이 불가능한
편지의 필체도 흥미롭고, 챌린저호 조사 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편지 끝에 자신의 수상경력을 전부 적어놓은, 거만함, 혹은 유쾌함도 재미있다.
참고로 그는 이렇게 적었다.
“위원 파인만, 노벨상
수상, 아인슈타인상 수상, 외스테드 메달 수상, 그리고 정치는 문외한임”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