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1. 영화

이미지

골든 하베스트는 추문회(레이몬드 쵸우), 하관창, 양풍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영화사입니다. 참고로 골든 하베스트 이전에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영화사로는 쇼 브라더스가 있었죠.이 쇼 브라더스는 호금전 감독과 장철 감독을 필두로 무협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던 영화사이기도 했습니다. 쇼 브라더스는 말 그대로 쇼씨 형제의 영화사였습니다. 형 샤오런메이(소인매)와 동생 샤오이푸(소일부, 런런 쇼)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었다고 해요. 쇼 브라더스에서 일하던 추문회가 경영 문제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퇴사한 뒤 지인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영화사를 만들었고 그 영화사가 바로 골든 하베스트였답니다. 이후 미국에서 배우 활동을 했던 이소룡이 홍콩으로 돌아와 추문회 회장과 손을 잡고 몇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었고 그 영화들은 그야말로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전설의 흐름 속에 성룡, 홍금보 등이 이소룡 영화에 엑스트라 출연을 하게 되었죠.

 

이소룡의 성공 이후 O룡, OO룡으로 예명을 붙이는 것이 홍콩 영화계의 유행이 되었죠. 한국 출신 몇몇 무술배우들 역시도 예명의 끝에 ~룡을 붙이곤 했었답니다. 그러고는 이소룡의 미완성 유작 내지 짝퉁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었구요. 이렇게 영화계의 전설이 되었던 이소룡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성룡 역시도 이소룡 영화를 흉내낸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영화적 센스가 있던 성룡은 이소룡과 다른 방향의 액션연기를 선보였고 그것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죠. 사형도수, 취권, 사제출마 등의 성공은 성룡을 홍콩 영화계의 스타로 만들어 줬었고 때이른 해외진출까지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틀크리크, 캐논볼 등의 작품은 실패로 돌아갔고 성룡은 홍콩에서의 활동에 전념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홍콩으로 돌아간 성룡은 프로젝트 A, 폴리스스토리, 용형호제 등을 성공시켰고 슈퍼스타의 자리를 굳힌 성룡은 뒤늦게 할리우드에 진출,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다시 홍콩, 아니 이제는 중국의 일부분이 된 곳으로 돌아왔죠. 

 

둥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네 개의 사각형이 나타났던 골든 하베스트 로고를 많이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골든 하베스트는 한자로는 가화(嘉禾)라고 했으며, 골든 하베스트에 속했던 세 명의 무비스타 홍금보, 성룡, 원표를 골든 트리오 또는 가화삼보라고 했답니다. 가화 즉 골든 하베스트의 세 보물(삼보)이란 뜻이었죠. 7,80년대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골든 하베스트는 2000년대 초반에 중국 베이징에 설립되었던 청텐이란 엔터 회사에 인수되고 말았습니다. 가화삼보로 불렸던 홍금보, 성룡, 원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경극학교에서 같이 성장했던 인연이 있었습니다만 이후 슈퍼스타가 된 뒤에는 영화적 갈등을 몇차례 겪으면서 같이 작업하기 어려운 관계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갈등은 바다 건너 한국의 영화팬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셋이 같이 나온 영화에 다들 환호를 하곤 했었죠.

 

골든 하베스트는 홍콩의 영화계에만 힘을 발휘했던 것이 아니고 한국영화계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한국의 유명 멀티플렉스 CGV의 이니셜은 제일제당(CJ)의 C,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G,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Village Roadshow)의 V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었죠. 세 회사가 손을 잡아서 CJ Golden Village였다나요. 가장 먼저 영화적 위세를 떨쳤던 골든 하베스트가 중국 회사에 인수된 지금, CGV의 일각이었던 CJ그룹이 그 시절 홍콩영화계를 주름잡던 골든 하베스트 이상으로 영향을 끼치는 회사가 되었음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 상전벽해란 말이 떠오른달까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래방 TV 화면으로 홍콩 채널V를 보곤 했었죠. 아마도 요즘 아시아권 젊은 사람들은 CJ 그룹에서 만든 M-net에서 보여주는 음악 프로그램과,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을 것입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왔던 서극 감독은 할리우드식 특수효과를 잔뜩 사용했던 야심작 촉산골든 하베스트에서 만들었고 이후 자신만의 영화사를 만들게 되었죠. 홍콩영화 전성기 시절 홍콩의 스필버그 내지 동양의 스필버그로 불리기도 했던 서극은 스필버그가 그러했듯 자신이 직접 감독을 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 동료 감독들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서극이 제작을 맡고 오우삼이 연출을 맡았던 영화가 영웅본색 1편과 2편이었고 영웅본색 시리즈는 시네마 시티 컴퍼니와 전영공작실의 로고를 띄우면서 시작했었죠. 영웅본색 3편의 제작을 앞두고 서극, 오우삼 콤비는 갈등을 일으켰고 서극은 영웅본색 3편을, 오우삼은 첩혈가두를 따로 만들게 됩니다.

 

오우삼과는 이렇게 헤어졌지만 정소동(천녀유혼, 동방불패), 이혜민(신용문객잔) 같은 경우는 서극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정소동 감독이 연출을 맡고 서극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중에 진용이란 작품이 있으니 중국인 감독 장예모와 장예모의 연인인 중국배우 공리가 나란히 남녀 주인공으로 나왔던 작품이었죠. 할리우드 유학파였던 서극과 달리, 쇼 브라더스의 대표 감독이었던 장철 감독(독비도, 대취협, 금연자, 복수, 자마)의 조감독으로 활동해기도 했던 오우삼 감독은 칼과 창이 아닌 총을 든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속 모습으로 우리네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적룡의 경우 사실 영화적 전성기는 장철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던 시기였었죠.

 

적룡과 함께 장철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중에 강대위와 진관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강대위의 경우 한국에도 팬들이 많아서 깡따위로 불렸었죠, 장철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때만 해도 히스테릭하게 보일 정도로 마른 얼굴의 강대위는 이후 얼굴에 살이 붙어 인상이 훨씬 여유있게 보였답니다.  적룡에 앞서 장철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배우로는 외팔이 독비도 시리즈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왕우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를 출연시켜 만든 영화 무협왕우가 출연, 오랜만에 무술 실력을 선보였었죠. 강대위진관태는 장철 감독을 기념하기 위한 흑전사란 영화에 출연을 하게 됩니다. 첩혈쌍웅 등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이수현, 천녀유혼 시리즈에 퇴마사로 출연했던 배우 겸 감독 오마(우마) 역시도 장철 감독과의 인연으로 인해 이 영화에 함께 출연했었죠.

 

강대위, 이수현, 진관태 등이 출연해서 한바탕 총격전을 펼쳤던 이 영화 흑전사에는, 희극지왕이 되기 전의 주성치가 출연했습니다. 주성치는 이 영화에서 이를테면 비극지졸(悲劇之卒)의 역할을 해냈었죠. 국내의 영화팬들은 이른바 홍콩느와르 장르의 대표주자인 오우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을 믿었지만 사실 흑전사는 오우삼오마 두 사람이 공동감독으로 연출을 했던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영웅본색, 첩혈쌍웅, 첩혈가두에 비해 어수선한(?) 부분이 있습니다. 공동 연출(?)로 만들어져서 어수선해진 영화 중에 한 편이 소오강호였죠. 쇼 브라더스에서 영화적 전성기를 보냈던 호금전 감독(협녀, 충렬도)은 소오강호 연출을 맡았지만 이 영화는 왕년의 명감독 호금전 외에 서극, 정소동, 이혜민 등이 메가폰을 쥐게 되었답니다.

 

김용 원작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데다가 감독마저 여러 명이 되다보니 원작소설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객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되었달까요. 서극 감독은 소오강호의 뒷얘기를 임청하, 이연걸을 캐스팅해서 이어나갑니다. 정소동이 감독, 서극이 제작을 맡은 동방불패는 큰 인기를 모았었죠. 전편 소오강호의 허관걸은 홍콩 연예계의 톱스타였었지만 중국에서 내려온 무술배우 이연걸에 의해 세대교체를 하게 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동방불패는 대만에서 홍콩으로 건너왔던 임청하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줬답니다. 서극 감독은 임청하의 중성적 매력을 일찌감치 스크린에 선보였었으니 서극 감독의 영화 도마단에서 임청하가 본격적인 남장 모습을 드러냈었죠.

 

호금전의 경우 소오강호를 연출하다가 제작자인 서극과 트러블이 생겨 스스로 메가폰을 내려놓고 나갔다는 얘기가 있기도 합니다. 호금전이 나간 뒤 서극과 그 동료 감독들이 소오강호 작업을 매듭지었고 그렇게 건네받은 소오강호 세계관은 서극과 정소동 등이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동방불패로 이어졌던 것이겠죠. 홍콩 영화판의 제작자와 감독 사이의 갈등은 서극과 오우삼, 서극과 호금전 사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자신이 스타배우이기도 했던 등광영이 제작자로 나선 열혈남아를 연출했던 왕가위 감독은 두번째 작품 아비정전을 만들면서 등광영의 기대와 정반대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죠. 등광영은 저주받은 걸작으로도 불렸던 아비정전의 흥행 실패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등광영과 왕가위의 불화는 홍콩연예계 가십거리가 되었습니다.

 

등광영과 결별한 왕가위는 새로운 제작자이자 동료 감독인 유진위와 손을 잡고 동사서독을 촬영하려고 중국의 사막으로 향했습니다. 장국영, 장학우, 양가휘, 양조위, 임청하, 왕조현 등 홍콩 영화계 스타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이 동사서독은 왕가위 특유의 어수선하고 느릿느릿한 연출 스타일 때문에 홍콩영화계의 큰 재앙이 될 뻔 합니다. 한국 영화계로 얘기하자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꼴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유진위 감독은 동사서독의 배우들을 이끌고 사조영웅전의 캐릭터를 이용해 코미디영화 동성서취를 만들었죠.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짧은 시간을 내서 중경삼림을 연출했는데 홍콩 내 흥행은 동성서취가 동사서독보다 더 잘 되었고 한국 등의 영화팬들에게는 동사서독보다 중경삼림이 더 큰 화제를 낳았었답니다. 참고로 유진위 감독은 주성치가 출연한 서유기 영화 속에 왕가위 영화스러운 부분들을 집어넣기도 했었죠.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신용문객잔(이혜민)으로, 소오강호동방불패(정소동)로 바뀌게 되었고 이 모든 일에 자리잡고 있던 제작자 겸 감독 서극은 특수효과를 앞세운 영화들을 만들어 한 시대를 주름잡았습니다. 호금전 감독의 영화적 특징들은. 서극 감독이 제작자라는 이름으로 빼앗은(?)  속편들보다는 이안 감독이 연출한 와호장룡을 통해 더 잘 구현되었다고나 할까요. 장철 감독의 영화적 특징을 홍콩느와르적인 요소들로 버무려냈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에 출연했던 주윤발호금전스러운 연출이 돋보이는 와호장룡에 출연, 장철 감독과 호금전 감독의 영화적 세계의 후계자들과 각각 만나보게 됩니다. (그러나 다국적 장르 탐험가라고 해도 좋을 이안 감독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센스 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와호장룡, 헐크, 브로크백 마운틴, 색계,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며 특정 장르의 감독 또는 누군가의 영화적 후계자로 자신을 정의내릴 수 없게 만들고 있죠.)

 

 

 

 

좋아요
댓글
6
작성일
2023.04.26

댓글 6

  1. 대표사진

    크눌프

    작성일
    2017. 5. 22.

    @꽃들에게희망을

  2. 대표사진

    Aslan

    작성일
    2017. 5. 22.

  3. 대표사진

    크눌프

    작성일
    2017. 5. 22.

    @Aslan

  4. 대표사진

    부자의우주

    작성일
    2017. 5. 22.

  5. 대표사진

    크눌프

    작성일
    2017. 5. 22.

    @부자의우주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56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85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