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지기
  1. ……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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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글쓴이
황선도 저
서해문집
평균
별점9 (27)
사랑지기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물고기박사 황선도 씨가 새 책을 냈다. 2013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책에서는 일년 열두 달 제철 물고기 16종을 소개했었다.

이번 책은 스키다시로 무시 받는 해산물부터 존재감 넘치는 물고기와 바다를 호령하는 풍운아까지 골고루 담았다. 특히 횟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해삼·멍게·개불, 전복·소라, ·꼬막·바지락 등 작은 개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놓았다. 마지막으로 해중림 가꾸기와 슬로피시 등 고갈되어가는 수자원을 살리기 위한 대안 어업도 제시했다.

지구상에는 약 32천 종의 다양한 어류가 있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우리는 싸잡아 물고기로 칭한다. 고유의 개체적 특성 없이 오로지 먹거리로만 규정한 탓이다. 저자는 물고기의 입장에서 인간사를 바라보면, “여간 억울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그간 잘 몰랐던 바다 생물과 수자원에 대한 통찰을 일깨워준다. 가령 해삼을 보자. 극피동물에 속하는 해삼이 살지 못하는 해저는 없다. 영양분이 부족한 어려운 서식지에서도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는 수중 유기 부유물이나 해저 표층에 엷게 쌓인 퇴적물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해삼이 이런 변변찮은 먹이로 생을 견뎌낸다 해서 신선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극찬한다. 중국은 전 세계 해삼 생산량의 70퍼센트를 소비한다.

 

진짜 다금바리.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란 이름이 붙은 바릿과 물고기는 남획으로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

 

익숙한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 대목은 자못 흥미롭다. 가령 다금바리는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라는 이름이 붙었고, 바지락 조개는 바지라기라 불리던 것이 줄어 그리 되었다. 혹자는 조개가 밟히는 소리가 바지락 바지락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참치는 본래 동해지역의 사투리였는데, 해방 후 해무청(오늘의 해양수산부)의 어획 담당관이 이 말을 보고서에 썼기 때문에 원래 이름 '다랑어'보다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등어, 삼치, 다랑어, 방어. 네 등푸른 생선들 중 분류학상 종이 다른 것은 무엇일까? 답은 방어다. 앞의 세 가지는 고등엇과에 속하고, 방어는 전갱잇과에 속한다. 방어와 삼치는 제주 지역 겨울바다의 진객이다. 회로 썰었을 때 방어는 두툼한 식감이, 삼치는 연한 맛이 일품이다. 방어를 즐기는 미식가라면 겨울철 모슬포항을 찾는 것이 제격이겠다.

지난 40여 년 동안 수온이 높을수록 삼치와 고등어 및 멸치의 어획량이 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지만, 적당한 서식 수온이 주어지면 먹이가 되는 소형 어류와 이를 먹는 대형 어류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오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원담이란 돌을 둑처럼 야트막하게 쌓아 놓고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휩쓸려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물을 타고 빠져나가다가 엉기성기 쌓인 돌담 사이로 물은 빠져나가고 고기가 걸리게 한 돌 그물이다.


삼치는 끌낚시의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은박지로 만든 가짜 미끼를 드리우고 배로 빠르게 끌면 마치 멸치 같아서 질주본능의 삼치가 덥석 문다. 끌낚시는 돌 그물 원담이나 남해 죽방렴 그리고 강화도 건간망 처럼 생태 어업이요, 슬로피시다.

슬로피시는 이익만 좇아 기업형 선단과 어망을 동원하여 대량생산하기 보다는 자연에 순응하여 느리게, 그리고 소비자와 가까운 산지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슬로피시는 2003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처음 국제대회가 열린 후 홀수 해마다 개최된다.

 

2015 슬로피시 대회 포스터


한편 바다숲은 다시마와 미역 등 해조류와 거머리말 등 해초류가 무리 지어 사는 바닷속 군락이다. 이곳은 물고기가 몸을 숨기거나 알을 낳는 곳이요, 치어들이 자라는 생태 공간이다. 인류에게는 웰빙 식품이고, 의약품용·산업용으로 쓰이는 기능성 물질을 제공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온실가스를 줄이고, 청정 바이오에너지를 위한 원료로도 활용된다. 우리는 510일을 바다식목일로 정해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바다숲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해산물은 무한히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서로 공존하지 않으면 결국 공멸하고 말 것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슬로피시와 바다숲 가꾸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육지가 녹색 혁명이라면, 바다는 청색 혁명의 시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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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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