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한번읽어보자구

왜맨날아니라고그래
- 작성일
- 2017.6.25
소송
- 글쓴이
- 프란츠 카프카 저
열린책들
*
나는 사라지고 죄와 굴욕만 남았다는 어느 출판사의 서평이 인상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상황과 감정을 대입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때문에 읽는 내내 어딘가 갑갑하고 거북스러웠다
*
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당국이 하는 일은 빼앗지도 못했다. 그러니 이 마지막 과오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게 누구든 그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을 주기를 거절한 자가 져야 하지 않을까. 그의 눈길은 채석장과 인접한 건물의 꼭대기 층에 가서 닿았다. 빛처럼 번쩍하며 그곳에 있는 창문의 양 날개가 활짝 열리더니, 한 사람이 멀고 높은 그곳에 여리고 희미한 모습으로 나타나 몸을 앞으로 쭉 내밀고서 양팔을 활짝 펼쳤다. 저게 누구지? 친구인가? 좋은 사람인가? 동정을 느낀 사람인가?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인가? 한 개인인가? 모든 사람인가? 아직 도움이 가능한가? 까먹고서 제기하지 못한 이의 같은 것이 아직 있을까? 분명 그런 것이 있을 거다. 논리가 아무리 요지부동이라 해도, 살고자 하는 사람을 당하지는 못한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 판사는 어디 있는가? 그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상급 법원은 어디 있는가? 그는 양손을 쳐드록 손가락들을 활짝 펼쳤다.
그러나 한 신사의 양손이 K의 목을 눌렀고, 그사이 다른 신사는 칼로 그의 심장을 찔러 두 번을 돌렸다. 꺼져 가는 눈빛으로 K는 두 신사가 바로 그의 코앞에서 서로 뺨을 댄 채로 결정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았다. "개 같다!" 그가 말했다. 치욕은 그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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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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