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수다쟁이향나무
- 작성일
- 2017.7.1
시골에서 로큰롤
- 글쓴이
- 오쿠다 히데오 저
은행나무
『남쪽으로 튀어』를 읽기 전에 오쿠다를 먼저 이해하기로 했다. 자료들을 찾으니 그럴듯한 자료들이 많이 없다. 그래서 직접 읽어 보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없어 소설들만 읽으려 했다. 하나, 유쾌하고 경쾌한 작품들을 찾는 다는 것이 이 책 『시골에서 로큰롤』(田舎でロックンロール, 奥田英朗, 권영주, 은행나무, 2015)을 제일 먼저 선택하였다. 난 그저 학창시절 소설인가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열어보지 않은 채 허겁지겁 제목만으로 고른 몇 권의 책, 그중에 가장 가벼워 보이는 책을 집었는데, 문예지 <소설 야성 시대>에 2013~14년까지 연재한 록에 관한 에세이였다. 아! 록이라, 나는 록만이 아니라 음악을 잘 모른다. 그리고 라디오와도 별로 친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대략난감.
기대를 안고 읽었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기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잠시 당황, 정말로 당황은 잠시, 이내 킥킥 실소가 슬며시 새어 나온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경쾌함이 살아 있다. 분명 문체는 에세이인데, 읽는 내내 소설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문예지에 연재되었을 때 독자들은 다음 편을 기다리는 일이 고역이었으리라. 록에 대해 몰라도, 간간이 나오는 일본 음악 또는 일본의 문화를 잘 몰라도 그의 문장의 그리는 길을 따라가는 걸음을 유쾌하다.
유쾌한 걸음 속에서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발견하는 것도 꽤 큰 즐거움이었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를 무척 싫어라 하는 모습은 영화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체제에 대한 유쾌한 반항, 무척 심각할 수 있는 상황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또한 그의 글 전반에 나타나는 관심도 보인다. 야구, 올림픽, 음악 등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글감이 되었으리라. 나아가 청소년 오쿠다는 도시를 동경하지만, 영화에서는 시골로 향하는 그 근원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자유'라는 이 경쾌한 단어를 향한 동경이 청소년기에는 도시로 향했고, 이제는 시골로 향하게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학교가 싫다. 똑같은 옷을 입혀 줄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굴욕감을 느껴 반항하고 싶어진다. 자유를 규제하고 단일한 가치관을 심는 그런 권력의 지배를 마음속 깊이 증오한다. _282쪽.
오쿠다는 글쓰기에 대한 태도도 무척 과감하게 드러낸다. Steely Dan에 견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따위 바라지 않는다. 그런 것은 나와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또 귀찮을 것 같다. 그럼 일부 열광적인 팬을 거느린 컬트 작가가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먹고 살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러다가 자신을 뮤지션에 견주어 상상해 보니 스틸러 댄 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280쪽.
얌체 오쿠다에게 나는 읽기에 대한 통찰도 얻었다. 소년 오쿠다의 록 감상 성장기라는 시끌벅적한 동네 우물에서 깊은 샘물, 뼈 속까지 울려 더위에 허덕거릴 때 '띵'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는 차디찬 냉수 한 모금에 견줄 수 있는 문장을 만났다.
"음악도, 영화도, 소설도 나중에야 대단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뛰어난 예술을 이해하려면 감상하는 쪽도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초반에 만난 이 문장은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게 큰 몫을 했다. 읽기에 대한 이런 통찰이 있기에 그는 "농담도 이해 못하는 대중"을 "바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작가로서 자신에 대한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겠다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서로를 알아야 말이 끊기지 않는다. 그는 꽤 많은 독자와 소통을 하고 싶고, 그렇게 함께 글을 써가고 싶다는 욕망을 은연히 드러낸다. 나 또한 그와 소통하려 한다. 그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맛나게 씹어 먹기 위해 열심히 그의 글을 읽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재미는 장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2007년 〈소설 신초〉에 게재된 단편소설 「홀리데이 히트 팝스」 가 실려 있어 흥미로웠다. 문학 특히 소설 전공자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시도라 생각된다. 나는 소설보다는 앞의 에세이가 소설을 읽는 기분이어서 더욱 좋았다. 대화체가 들어가 있는 소설을 만나는 순간 시시해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다. 눈길을 끄는 건 오쿠다가 추구하는 자유와 반항을 여학생이 구현한다는 점이었다. 소설에서 작가의 모습은 지질한 모습에서 그녀에게 자극을 받아 성장해 가는 남학생이다. 작가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작가의 말대로 『스무 살, 도쿄』를 보러 간다. 그다음이 궁금하거든 보라고 하였다.
십 대 후반에 내 큰 결점은 자의식과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같은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실제로는 전력을 다했다가 내 진짜 능력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슨 일에나 진지하지 못했고, 모로 꼬아서 봤고, 여유 있는 척했다. 하여간 아니꼬운 녀석이었다. 그러니 기억하기 싫다. _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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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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