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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엄마라서
글쓴이
이민혜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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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산 시간의 절반가량을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다. 멀리 사는 딸 걱정하실까봐 항상 전화로 괜찮아.”를 외다 보니 어느덧 엄마와 어색한 사이가 돼버렸다. 그래도 가끔 제목에 엄마가 등장하는 책을 읽는다. 그래야 가끔 안부전화라도 하지 않겠나?

 

내가 자라는 동안 나 말고도 돌볼 사람이 많았던 엄마는 내 마음속에 있는 방에 머무를 여유가 없었다. 그리 서운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엄마가 요즘은 자주 내 어두운 작은 방을 기웃거린다. 그럴수록 나는 더 방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내가 틈을 보여주지 않을수록 엄마는 조바심을 냈다. “왜 더 자주 전화하지 않니? 잘 지내니?”, “엄마는 항상 네가 보고 싶은데 왜 더 자주 내려오지 않니?”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는 잘 지내요. 필요한 일 있으시면 전화하시면 되잖아요. 바빠서 내려갈 틈이 없어요. 알아서 잘하는 똑똑한 딸은 가져선 안 될 못난 감정들이 그 방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그런 마음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 힘들어요. 고민 돼요. 일이 잘 안 풀려요. 괜히 그런 말을 꺼내 걱정을 끼쳐드리기엔 엄마와 내 사이가 너무 멀었다. (나에게는)애석하게도 이민혜 작가의 이 책을 읽고서 알아버렸다. 이건 엄마 나름의 친해지려는 시도라는 것을. 내가 힘들다고 칭얼대는 게 엄마 마음을 놓이게 한다는 것도.

 

이 책은 엄마와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집에 있으면 나가 놀라고 구박하고 나가면 안 들어온다고 구박하는 엄마에 대한 투정, 잔뜩 지쳐 집으로 돌아온 다 큰 딸을 돌봐준 고마움, 친구들과 놀러 가서는 나처럼 별 쓰잘머리 없는 걸 사오는 귀여운 엄마……. “넌 부족한 딸이야! 고마운 줄 알아야지! 빚진 감정을 느끼면서 잠자코 엄마한테 전화나 하란 말이야!” 하는 책이 아니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가슴에 무겁게 남는, 그래서 여러 번 다시 펼쳐 본 이야기는 역시 엄마에게 못해서 미안했던 일들이다. 남자친구 문자엔 10분 안에 답장을 하면서 부재중 전화 목록에 찍힌 엄마 번호는 보고도 그냥 내 할 일을 해버렸던 것, 엄마가 아픈데도 곁에 있어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괜히 몸생각 나이생각 안 한다고 신경질을 부렸던 것, 엄마의 갱년기를 모르는 것. 그래도 작가는 엄마 곁에 있어 주었는데 나는 그마저도 못했던 것. 그래서 많이 울었고 울다가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부족한 딸이어서, 빚진 감정을 느끼면서 잠자코 엄마한테 전화나 해야겠다. 이번에는 책을 한 권 보내겠다는 말도 덧붙여야겠다. 차마 내 입으로는 말 못하겠지만 그동안 죄송했다는, 앞으로도 죄송할 거라서 더 죄송하다는 마음을 꼭꼭 눌러 담아 책을 포장한다. 내가 못한 위로를 남의 집 딸이 대신 전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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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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