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지리

쿠니토리
- 작성일
- 2017.9.30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
- 글쓴이
- 김형광 저
시아컨텐츠
역사와 역사서를 생각하면 호기심과 더불어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를 얻는다. 16세기 이래로 현재까지 세계 정세는 서양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세계사를 다룬 역사서 또한 대부분 서양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한국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지녔음에도 지정학적 위치와 국력의 한계로 잦은 외세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리는 역사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서의 한반도가 아닌 하나의 국가로서의 한반도를 살펴봤을 때 위대한 인물과 사상가가 없었던 것이 아니며 저자 김형광은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에서 그런 위인들을 언급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조선시대에 활동한 정치가, 사상가, 과학자 등을 다루고 인물 각각의 생애를 요약하고 주요 업적을 칭송한다.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데로 긍정적인 면에 치우친 경향이 없진 않으나 위인으로 본받을만한 인물을 찾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조선은 고려를 이은 국가로 태조 이성계에 의해 창건되었다.
고려 말 공민왕 대에 친명정책을 펼쳤으나 공민왕을 이은 우왕은 친원주의자에 휘둘렸으며, 1388년 명을 징벌하기 위한 원정대를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 원정대를 이끈 이가 이성계이며 유명한 사불가론을 주장하며 원정을 반대했으나 우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왕명인지라 따르긴 하지만 무모한 정벌이라 여긴 이성계는 위화도까지 진군한 부대를 회군하여 최영을 필두로 한 반대 세력을 숙청 후 우왕을 폐위하고 그의 아들 창왕을 추대한다. 얼마 지나지않아 우왕과 창왕도 숙청되었으며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보위에 올랐으나 공양왕은 친원파인 구세력과의 연계로 이성계를 중심으로한 신진세력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제거된다.
1392년 7월 마침내 34대 475년간 이어졌던 고려왕조가 망하고 태조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건국된다.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 말 개화사상을 펼친 김옥균, 동학운동을 이끈 전봉준, 그리고 섭정을 하며 쇄국정책을 추진했던 대원군까지 조선왕조 5백년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27인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중학교 때부터 노래처럼 외웠던 가락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30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조선사를 대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주입식 교육일지라도 배움의 소중함을 느낀다.
조선건국 후 27대에 걸친 왕정, 5백여 년의 기간 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위인들 각각을 상세히 구술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본문에 언급된 몇몇 인물의 글을 옮기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전하고 싶다.
세종 때 영토로 편입시킨 4군 6진 가운데 6진을 개척한 명장 김종서가 남긴 시구는 남아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p. 92)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장백산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대장부냐
어떠타 나라에 큰공을 누가 먼저 세우리요"
비운의 천재 김시습이 세류에 편승해 부귀영화를 누리던 한명회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통쾌함과 함께 그의 천재성을 볼 수 있다.(p. 114)
"한번은 서강을 지나던 김시습이 강변에 있는 정자에 한명회의 시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내용인즉 이러했다.
젊어서는 사직을 짊어지고, 늙어서는 강호에 눕는다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이 글을 본 김시습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부'扶 자를 '망'亡 자로, '와'臥 자를 '오'汚 자로 고쳐 놓았다. 이렇게 두 글자를 고쳐 놓고 나니 시의 뜻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젊어서는 사직을 망치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힌다."
靑春亡社稷 白首汚江湖
조선시대 연이은 왜란과 호란으로 피폐해진 환경에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함을 역설했던 실학의 선구자 김육의 글귀는 시대를 초월해 위정자들이 명심해야할 귀감이 된다.(p. 221)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하늘, 왜적, 백성 세 가지이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데 있는 백성을 안정시킨다면, 멀리 있는 다른 두 가지 두려움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김육의 글과 마찬가지로 실학자 이익 또한 참된 지도자란 백성을 위하는 사람임을 강조했다.(p. 240)
"임금이 없어도 백성은 살아갈 수 있지만,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의 은혜가 임금의 그것보다 더 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어찌 임금만을 위하여 억조의 힘을 낭비하고 물자를 부족하게 만들어 은혜가 고루 돌아가지 않게 하는가?"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이전에 접했던 <인물로 보는 조선사>, <조선왕조실록>, <위대한 이인자> 등에 등장하는 인물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 에피소드 또한 유사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읽었던 것은 역사라는 것이 '보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보지 않고도 내가 아는 것'과는 천지차임을 알기에 부족했던 조선사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몰랐던 부분은 새로이 알고자 한 것이다.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이기 때문에 읽기에 불편하지 않으며 역사서의 고질적 고통인 선후관계에 대한 고뇌가 거의 없기에 어디서든 쉽게 펼쳐볼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이와 유사한 형식을 가진 <인물로 보는 조선사>나<위대한 이인자> 등을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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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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