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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강이숨트는새벽
- 작성일
- 2017.10.1
전쟁에서 살아남기
- 글쓴이
- 메리 로치 저
열린책들
전쟁에서 살아남기 ㅡ 열린책들 , 메리 로치 , 이한음 옮김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이 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다 몹시 후회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 문제의 발단은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마주하고 있는 월남전 파병 전우회사무실에서 대낮부터 불콰하게 얼굴이 벌겋게 물든채 또 손에 든 약주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화제에 오르며 전쟁 이야기가 나왔고 뒤이어 고엽제와 말라리아에 대한 이야기 , 고엽제로 인한 정부의 뒤늦은 파병군인 보훈 지원비정책이 있었다는 얘기들로 번져나갔다 .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을 정부가 인정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적어도 내 기억엔 그렇다 . 그런데 제일 고참언니가 한숨을 쉬며 안그래도 자기 남편에게 그랬단다 . 월남전도 안나갔다오고 뭐했냐고 다녀왔으면 지금 그 지원비라도 받을게 아니냐고 했다는 말에 나는 아연실색을 했다 . 대체 이 언니는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걸까 싶으면서 70세를 훌쩍 넘은 연령이면서 (언니라고 하라니 언니라고 하지만 어디 언니가 가당키나 한가! 내 엄마의 언니가 되도 한참 언니뻘이 되실 분이다 ) 고작 몇만원을 받자고 남편이 평생 산 송장같은 세월을 살면 좋다는 말인지...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나중에 작은 언니에게 큰언니 집이 많이 어렵냐 살짝 물었다 . 작은 언니는 눈이 커다래져선 왜 ? 한다 . 아니라고 ... 하고 말았다 .
대체 얼마나 힘들면 남편을 전장에 내보내 보훈지원이라도 받아보고 싶어하나 하는 내 속내를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언니의 남편이 월남전에 다녀왔더라면 대낮에 비틀거리며 그 계단을 오르는 이는 바로 언니의 남편이 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
어쨌든 추억의 한 페이지가 생기긴 한게 분명한 책임이 분명해졌다 . 아니 일상이 , 사는게 전쟁이구나 싶은 씁쓸한 기억을 같이 껴안게 되서 맘이 더 안 좋아졌다 . 나는 말하건데 평화주의자다 . 비폭력을 지지한다 . 전쟁을 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 데이터는 간디가 행여 유령이 되었데도 비폭력과 평화주의에 입각한 내 생각을 더 공고히 하는데 더 없는 결과가 되면 되었지 그 반대는 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고 당연한 결과라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 아무리 사람 대신 동물이 , 닭이 , 돼지가 , 염소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의 가치로 쓰였대도 결과는 같다 .
어제였나 오늘였나 베트남 민간 학살 ㅡ50주년 기사를 읽어본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다 .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 이후 내내 우리 나라를 쫓아다닌 유령이 있다면 그건 바로 베트남 전쟁일거다 . 우리가 일본에 짓눌린 세월이 있던 만큼 , 우리 역시 베트남에 씻고 가야 할 업보가 있다 . 아무리 나라경제와 바꾼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해도 그렇다 . 비단 라이따이한 만을 말하는게 아니고 , 우리 국군도 민간 학살을 했다는 사실 . 전쟁 중에 일어난 일 . 우리 지난 정부는 파병을 했기에 모르새 ( 김대중대통령 때와 노무현대통령 때만 베트만 정부에 공식사과가 있었던 걸로 알고있다 . 그 이후의 정보는 또 알게모르게 닫혀있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 )로 일관을 하는지 모르지만 정작 파병을 다녀온 사람의 생은 평생 씻기지도 않는 피로 나머지 생이 엉망이 된다 .
왜 이런 과격한 이야길 하느냐면 전쟁과 과학이란 명분 아래 베트남 정글을, 또 나무 숲을 말리려고 미군에서 수없이 비행기로 퍼나른 게 고엽제 ㅡ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난데없이 왜 베트남 전쟁과 고엽제 이야기 ? 하겠지만 내가 아는 가장 가까운 곳의 과학과 전쟁 , 그리고 살아남기의 이야기에 해당하기에 꺼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이 글을 정리하는 이시간 10월 1일 국군의 날이란 빨간 글짜가 달력 위에서 눈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 전쟁에서 살아남기 ,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 웃기는 말로 예전에는 들었지만 전쟁이 한참이던 때는 막말로 똥뚯간에 뛰어들어서라도 살려고 버둥대었다고들 하지 않았던가 ?
아직 귓가에 생생한 목소리 , 커다란 바나나 , 야자수(?) 잎에 가려져 베트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던 기억 . 커다란 바나나 잎은 베트공만 가려줬을까 ? 이쪽 군인도 가려줬을테지만 아무 죄없는 민간인들도 그 나뭇잎이 총구로부터의 가림막이었을것이다 . 하늘에서 무차별로 뿌려진 고엽제는 베트남 정글을 말려버렸고 , 고엽제는 사람들 몸 속으로 스며들며 천천히 사람 역시 말려버렸다 .
물론 사람이 마르는 시간보단 기관총이 두두두 훑어 사람의 피를 말리는게 더 먼저였을테지만 ... 살충제가 비처럼 쏟아지고 베트남의 정글을 녹여버리는데 사용되리라고 누가 알았을까 ㅡ 진작 폐기 처분 되었어야 할 그것들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병사들을 몰아 붙이지 않은 한 어찌 같은 공기를 마시는 대기에 흩뿌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 애초에 그 살충제는 좀더 인간이 편하자고 만들어졌을거였다 . 다이옥신 따위가 검출되고 인간에 해가 되는게 알려지기 전까진 어떤 작물의 한 해 수확량이나 , 대규모 개간 사업들에 큰 활로를 열어 줬을게 분명한 발명의 이기였을거다 . 그런데 그게 어쩌다 전쟁 중의 한복판에 날아들어 비가 되어 쏟아진걸까 ...
생화학 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던 공포물이었다 . 전쟁은 그 어떤 장르물보다 더 공포스럽다 . 그렇기에 나는 전쟁 영화는 볼 수가 없다 . 대의명분이란 허울아래 국가끼리 애국을 강요해 ,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살인면허를 준다니 ... 또 그것들을 연구하고 개발? 의외성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쓰이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쳐도 , 전쟁을 위한 연구 자체는 옳은지 모르겠다 . 옳지 않으니까 필요할까 ? 이 책을 읽으면 그걸 좀 명확히 알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보고싶지 않은 정보만 늘어버렸다 . 어릴 때 나는 인체실험을 하는 마루타에 대한 이야길 내내 듣고 자랐다 . 조금 커서 읽은 책도 그런 책이다 . 731부대의 마루타니 , 하얀전쟁이니 하는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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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만 해도 전투 외상 의학을 공부하던 이들은 마취시킨 돼지와 염소를 대상으로 인명 구조법을 실습하곤 했다 . 거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 헛간의 동물들이 본래 총에 맞거나 칼에 찔리거나 사제 폭탄에 날아가는 상황에 처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 따라서 학생들을 훈련시키려면 그런 동물을 쏘거나 찌르거나 다리를 잘라 내는 일을 할 회사와 계약 할 수 밖에 없었다 .
(본문 145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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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의미에서 이 책의 앞 표지에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전쟁의 과학 " 은 신기한 ㅡ> 놀라운 정도로 대체 되어야한다 . 반면에 저자가 주지하려고 애쓴 부분은 그런의미에서 참신한 부분이라고 보였다 . 진짜 용기에 대한 것으로 희생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물론 쉽지 않기에 더욱 가치가 있고 알아두어야 할 일들이었다고 생각한다 . 누가 총을 개발하고 훈장을 받았나 하는 것보단 사실 , 정말 알려져야 할 부분을 다뤘던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 하다못해 의복과 열에 의한 실험때문에 애쓴 돼지에게 핑크빛 훈장을 수여하는 것일지라도 ...
재미있자고 읽은 책이었다가 , 세대차이 큰 어르신들 덕에 환기가 확 되버려서 정신이 번쩍들었다 . 그분들은 전쟁둥이라고 할만한 시대의 분들이다 . 가까스로 전쟁을 비껴나 태어나셨다고해도 나보단 더 이 나라의 아픈 면모를 많이 알고 겪은 분들일테다 . 그런데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되는거라더니 정말 그런지 , 너무 힘들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건지 , 알다가도 모르겠다 . 자꾸만 내게 좋은 시절에 , 좋은 시대에 살아서 좋겠다는 말만을 하는 그들이 물려준 이 시대를 뜨거워 뜨거워하면서 어쩌지 못하고 있다 . 그나마 내 대에 전쟁이 나지 않고 , 내 후대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 그래서 이 책의 많은 연구들이 그저 무용한 것들이기를 바랄 밖에 ...
" 사람들은 군사 과학이라고 하면 전략과 무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 전투를 벌이고 폭탄을 터뜨리고 진군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 그런 소재들은 회고록 작가와 역사가에게 넘기련다 . 나는 어느 누구도 영화로 만들지 않을 측면들에 관심이 있다 . 즉 죽이는 쪽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는 일과 관련된 쪽이다 . 목숨을 지키는 것이 싸워서 남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이긴 해도 , 그쪽으로 이야기를 펼치지는 않으련다 . 이 책은 전투가 벌어진 뒤에 실험복 자락을 휘날리면서 달려가는 과학자들과 외과 의사에게 표하는 경의다 . 더 안전한 탱크를 만들고 , 더러운 파리와 전쟁을 벌이고 , 칠면조독수리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말이다 ....
영웅적 행위가 반드시 열띤 찬양을 받으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 때로는 작은 승리와 너그러운 마음이 역사의 경로를 바꾼다 . 때로는 * 닭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
(본문 13 , 14 쪽 ㅡ서문을 대신하여 ㅡ중에서 ㅡ) 이 책의 가장 맘에 드는 글을 옮기며 ,
* 그..그렇다면 제발 트럼프 대신 닭을 ㅡ대통령 자리에 앉히는건 어때 ? 참 , 못할 농담이지만 우리나라 비속어 중엔 바로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기도 해...ㅠㅠ;; 에휴 ...그녀는 누굴 살렸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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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