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봅니다

새벽2시커피
- 작성일
- 2014.10.20
컬러풀 웨딩즈
- 감독
- 필립 드 쇼브홍
- 제작 / 장르
- 프랑스
- 개봉일
- 2014년 10월 16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이 넷이나 있건만 첫째부터 셋째까지 내리 외국인 혈통들과 결혼을 한다. 인종뿐 아니라 종교도 다양하니 욱하는 아랍인 사위, 잘난체하지만 실속없는 유태인 사위, 유들한 중국사위, 함께 모이니 종교와 정치, 인종차별의 도화선이 될까 말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서로 티격태격하던 다비드(유태인사위) 라시드(아랍사위)는 샤오(중국인사위) 가 중동에 관한 농담을 하니 함께 발끈하여 중국인을 비하하고 또 금세 아랍과 이스라엘의 대료라도 된듯 대치하기도 한다. 급기야는 서로 불쾌한 식사자리를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좀처럼 모이기 힘든 지경이 된다.
엄마 마리가 가족들끼리 얼굴 보기 힘든 상황에 우을증에 걸리자 아버지 끌로드는 아내를 위해 자식들에게 맞춰주기 위해 애쓴다. 가족들 역시 서로 조심하며 교외에 위치한 부모님의 집으로 속속 모여든다.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다 함께 행복함을 느끼는데 막내딸 로르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던 부모는 로르에게 결혼할 상대가 독실한 카톨릭이란 말을 전해듣고 기쁨에 들떠 결혼식을 고대하게 된다. 하지만 로르에겐 차마 부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게 있었으니 결혼상대가 바로 아프리카 흑인이란 것이다.
말많은 시골이다 보니 그동안 딸들 결혼식을 시청에서 간소하게 치렀던 부부는 드디어 성당에서 남들 보란듯이 결혼식을 치를 생각에 기뻐했던 것도 잠시 로르의 결혼상대인 샤를을 만나자 엄마의 우을증은 한층 거 심해지고 아버지는 틈만 나면 낚시로 도피를 한다. 제각각 다른 인종들과 결혼해놓고 언니들은 모두 로르에게 마지막 희망에 대한 낙심이 제일 큰 법이라며 로르 탓을 한다. 사위들은 대동단결하여 어떻게든 샤를의 오점을 찾아내려고 하다 망신만 당한다. 로르는 언니와 형부들에게 실망하지만 사이좋았던 자매들인만큼 금세 화해하고 서로를 위해주게 되는데 정작 큰일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샤를의 부모님이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정책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가득한 샤를의 아버지는 프랑스백인여자와의 결혼을 탐탁치 않아하고 로르의 부모와 화상채팅으로 인사하는 자리에서 한껏 거드름을 피우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며 기선제압을 하려고 든다. 결혼식을 위해 샤를의 부모가 마리와 끌로드의 집으로 오게 되는데, 끌로드와 샤를 아버지의 반목은 정점을 향해가고 로르는 부모님이 이혼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자신때문이란 생각에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프랑스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컬러풀 웨딩>, 원제가 Qu'est-ce qu'on a fait au Bon Dieu? 인데, 대충 해석하자면 하늘에다 대고 "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시나요?" 끌로드와 마리의 입장에서 하늘에다 대고 외치는 말로 보인다. 그저 많은 딸 넷 중에, 평범한 카톨릭 프랑스사위를 맞고 싶었을뿐인데 프랑스에서 살면서도 프랑스인은 커녕 종교마저 색색으로 다른 인종들을 사위로 맞아 맘편히 밥한번 먹기 힘든 상황에 이웃들 눈치가 보여서 결혼식도 죄다 시청에서 간소하게 치러버린다. 자신들이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지 고민하고 자식들 눈치보여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고 눈에 밟히는 손주들도 보기 힘드니, 노년의 즐거움따위는 커녕 죽을맛이 아닌가. 하나 남은 막내딸이 드디어 독실한 카톨릭교도인 사윗감을 데려온다더니 색색으로 깔맞춤하듯이 흑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사돈될 양반은 애들 결혼을 시킬 생각이 아니라 아예 결혼을 깰 심산인지 막무가내로 나온다. 아내는 우을증 치료를 한답시고 정신과상담을 받으러 다니더니 어렸을때 봤던 쥐에 대한 안좋은 트라우마가 인종차별주의로 발현되거라는 둥 엉뚱한 정신분석을 하기에 이르니 끌로드는 딸 결혼식이 끝나는대로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시작부터 웃음이 팡 터진다. 영화가 시작되기전 갑자기 베네통(종교, 문화, 인종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는 것으로 유명한 파격적인 광고로 유명한 의류회사)의 후원광고가 떴기때문이다. 유대인 할례의식이 끝나고 함께 모인 식사자리에서 할례가 도화선이 되어 서로 인종적, 문화적인 공격이 탁구공이 튀듯이 서로를 향한다. JTBC의 <비정삼회담>에서 보면 이탈리아의 알프레도가 중국인들의 장사속에 대한 말을 한 적이 가끔있는데 여기서도 라시드와 다비드가 중국을 그런식(알프레도가 중국을 폄하하진 않았다)으로 살짝 폄하한다. 그러자 옛날에는 유대인의 자리를 지금은 중국인이 점령했다고 맞받아친다. 그렇게 사위들끼리 투닥투닥거리는 재미도 웃기고 사위와 장인어른의 반목도 웃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인 사위들이 집 밖에서 모여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일꾼인줄 알고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시키냐는 이웃의 말은 특히 인종차별을 소재로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비꼬는 웃음을 준다. 영화 홍보행사로 시사회에 비정삼회담의 멤버들이 참석한다는 이벤트소식을 본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인종과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가벼운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묘하게 닮았다. 해외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본의 아니게 자신이 자라온 나라와 문화권의 대표가 된 듯, 나서게 되는 오지랖과 허세들에 대한 웃음도 심심치 않다. 유대인이 친환경 할랄사업을 한다는 착안이나 한판 붙게된 중동 사위들이 샤를에게 한방 제대로 당하며 내뱉는 말등, 프랑스라서 가능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그대로 씹고 뜯는 즐거움의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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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