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봅니다

새벽2시커피
- 작성일
- 2014.10.30
초콜렛 도넛
- 감독
- 트래비스 파인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4년 10월 2일
1979년 캘리포니아, 루디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졌지만 게이바에서 여장립싱크 가수로 일한다. 가진 것 없이 근근히 살아가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삶을 따듯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어느날 바에 온 폴을 만나 서로 끌림을 느끼고 돌아온 날, 루디는 옆집에서 엄청나게 틀어대는 음악소리는 무시하고 지나치지만 복도에 떨어진 인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인형을 보고 그 집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안 루디는 문을 두드려 나온 여자에게 주운 인형을 주면서 아이의 청력을 걱정하다가 욕만 실컷 얻어먹는다. 여자가 밤에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하는 것을 보는데 다음날에도 여전히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 나가본 루디는 이웃집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음악을 끄러 들어갔다가 구석에 웅크려앉아 있던 아이를 발견하고 아이가 혼자 밤새 방치되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마르코다. 루디는 아동복지국에 의해 위탁가정에 맡겨졌던 마르코가 엄마가 없는줄도 모르고 집에 돌아가려고 거리를 방황하는 것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다운증후군인 마르코의 모습에 루디는 아무런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마르코를 걱정할 뿐이다. 아동복지국에서 마르코를 위탁가정으로 다시 데려가려하자 루디는 다급하게 검사인 폴에게 도움을 청하려하는데 명함까지 줬던 폴이지만 직장으로 걸려온 루디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당장 폴의 직장으로 쳐들어간 루디. 폴은 곤혹스러워하고 루디는 그런 폴을 미련없이 떠나지만 밤에 게이바로 찾아온 폴과 루디는 화해한다.
폴은 사회적인 편견때문에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지만 마르코를 위탁가정에 보내지않고 루디와 함께 보살핀다. 마약중독으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마르코의 엄마에게서 양육권을 위임받아 마르코가 지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마르코가 다닐 특수학교를 알아본다. 누구도 원하지 않던 소년, 짐짝처럼 채이며 살아가던 마르코는 폴과 루디와 함께하는 가정에서 비로서 평안을 찾는다. 폴은 루디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루디는 꿈을 이룬다. 모든 것이 잘 되어 가는 듯 행복한 가족의 일상이 이어지는 한편 직장내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탄로날까 조심하는 폴과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사는 폴이 못마땅한 루디의 갈등이 폴의 상관에게 포착된다. 폴과 루디는 누구보다 좋은 부모로 마르코와 일년을 보내지만 그들에게 사회적인 강압이 들어온다.
루디와 폴이 마르코를 어떻게 보살폈는지, 마르코가 얼마나 행복한지, 마르코가 루디와 폴을 만나기 이전에 비해 얼마나 발전하고 밝아졌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게이커플이 아이에게 끼칠 악영향에 대해서만 파고든다. 검사측은 결국 재판에서 이기기위해 마르코의 엄마에게 석방시키는 조건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회수하도록 한다. 마약에 찌들어 아무 남자와 만나고 아이를 방치하던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보살필지에 대한 후속조치따위는 관심도 없이 공권력의 횡포는 한 아이의 행복권과 생존권을 짓밟는다.
루디와 폴은 마르코를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르코가 뭘 좋아했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사랑으로 자식을 품는 부모가 아니면 모를 관심어린 것들이다. 그들은 적어도 마르코가 좋아하던 초콜렛 도넛을 볼때마다 마르코를 기억하게 될까?
예고편만 보고도 안구가 습해지던 영화였다. 10월에 개봉하는 영화중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기도 했다. 예고을 보고 핑 눈물이 돌아서 신파면 어쩌지 하던 건 우려였다. 영화는 감정적이기보다는 담담한 편이다. 극중 마르코가 루디와 폴이 마련해준 방에서 처음 갖게된 안정감을 조심스러워하며 확인하는 장면에서 참 맘이 아팠다. 뿌리내려보지 못한 아이의 불안함이 확연히 느껴져서다. 거부당한 경험으로 점철되어 있던 아이, 말한마디가 조심스럽던 마르코가 사람들로 가득한 파티에서 스스럼없이 춤을 추는 활달함을 보여준 건 엄청난 사랑에 의한 변화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때 따로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점차 알게 된다. 실화라는 걸. 마르코의 행복이 지켜지길 바랐던 만큼 안타깝고 먹먹했다.
동성애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한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들과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했던 잘못된 과정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그리고 동성애인권을 비롯한 많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비 밀크가 동성애인권을 일으키기 시작한게 1970년대였으니 게이커플이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당연하던 시대다. 편협한 사회적인 시각에 스스로를 드러내 불이익을 감당해내는 선택, 일반인과 다른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선택, 가지지 못하고 남들에게 불이익을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조건이면서 많은걸 감당하는 선택에 대한 용기. 비단 폴과 루디뿐이 아니라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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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