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아주 특별한 책
아린
- 작성일
- 2007.9.5
사랑이 지나간 후에, 그리고 사랑으로 물들어 있을 때도 나는 이 책을 펼쳐들곤 했다. 사랑에 관한 깊이있는 사색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나는 사랑에 관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거나, 사랑에 관해 좀 더 덤덤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도 좀 더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은 책. 그렇게 읽어도 매번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책. 그런 특별함.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지만, 그 여운이 너무나 강렬해서 잊을 수 없는 책. 그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 특별해서 잊을 수 없는 책.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그런 책이다. 나와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때, 아프게 다가왔던 파트릭 모디아노의 문장들. 흐릿하지만 아프게 박혀오던 문장들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곤 했다.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장면 때문에 기억되는 책이 있다. 그 하나의 장면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책이 있다. 내게 하루키의 다른 어떤 책보다 특별한 책,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그런 책이다. 여기의 '나'가 저 곳의 '나'를 바라보는 장면. 그 하나의 장면으로 인해 깊이 박혀버린 책. 어디서 마주치게 될지 모를 또다른 나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었던, 그래서 특별한 책.
첫 만남이 강렬해서일까. 폴 오스터는 강렬한 느낌으로 늘 기억되는 작가다. 그와의 첫 만남은 <거대한 괴물>. 소설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던 책. 책 속에 빠져든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던 책. 그리고 어떤 결정적 순간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책. 그래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책.
빡빡한 일상에 묻혀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습관적으로 이 책을 펼쳤다. 아름다운 어떤 한 순간의 빛을 포착해낸 듯한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면, 그리고 짤막하게 쓰여진 여행의 메모들을 읽을 때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어떤 뜨거움이 솟아나올 것만 같았다. 황급히 여행 가방을 꾸리고 어디든 떠나버리고 싶게 만들었던 책. 내 지친 일상에 아름다운 빛을 뿌려주었던 책.
열넷. 열다섯. 열여섯살, 복잡했던 날들 속에서 이 책은 늘 내 가방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그저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했던 책. 사랑, 아름다움, 그리움...이라는 단어들을 마음 속 깊이 새겨놓았던 책. 그 아름다웠던 시절 내게 가장 특별했던 책 한 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내겐 이 책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두꺼운 책을 펼쳐들고 가만히 광활한 우주를 상상하며 책을 읽어내려갈 때면, 나의 슬픔은 너무 하찮은 것처럼 여겨지곤 했다. 나의 일상과 백만 광년쯤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단어들을 보며, 짙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나는 가만히 나를 다독이곤 했다.
어렸을 적, 내게 단 하나의 책은 전혜린의 책이었다. 읽고 또 읽어서 이젠 책장이 누렇게 변해버렸지만, 그래도 아직도 펼쳐보곤 하는 책. 내 삶의 문장이 되어 외우곤 하는 문장들. 그녀의 치열한 고백 속에서 머뭇거리다 나오면 나는 내가 좀 더 뜨겁게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기곤 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07.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