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선택지에 따라 남주인공이 바뀔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쓰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외전은 스핀오프로 루체가 샤샤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들로 꾸며져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분통터지는 부분이 많은데 외전으로 조금이나마 풀라는 의도일까.

<로맨스는 없다>는 로맨스소설답지 않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로맨스보다는 루체의 복수에 더 중점을 두게 되는데 그만큼 열악한 상황의 여주인공에게 딱 어울리는 제목이다. 루체는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믿었던 약혼자와 가족에게 모두 외면을 당하면서 5년 동안 모든 걸 포기하고 배상금을 벌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다. 연구소에서 일할 능력이 없었거나 의지가 약했으면 도저히 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그런데 황태자의 명으로 수도에 가게 되고 자신의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누명이 어떤 연유로 자기에게 씌워진 건지도 알게 된다. 대의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번지르르한 명분에 자기자신이 희생양이 된다면 감히 그런 계획을 세우지도 않을텐데 남의 고통에는 둔감한 위정자란 답도 없다. 그나마 루체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현실에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할 곳 하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잠시 딴길로 샜는데 아무튼 '로맨스는 없다'며 시작했지만 복수도 사랑도 쟁취한 루체가 대견하다. (기 빨려서 재탕은 별로 안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