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

하루
- 작성일
- 2010.11.11
눈먼 시계공 2
- 글쓴이
- 김탁환 외 1명
민음사
도시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감정이 증오라고 단정짓는다면 그로 인해 파생될 갖가지 이해관계와 사건사고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막대하고 잔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소설속 21세기 테크놀로지의 놀라운 진보와 전문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 사이보그들의 도시 서울의 현재모습은 곧 다가올 미래의 그것과 별 다를바 없어보인다.
개성을 뭉개버리는 도시 특유의 주관적 간섭은 도시와 인간자체를 성형한다.
자연과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해야한다는 역설의 주장, 인간 존엄성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도시파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자연주의자들의 삶의 방식이 위태롭게만 보인다. 첨단 도시가 만들어낸 증오와 분노는 클리닉차원에서 각종 테라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뼛속깊이 파고든 스트레스와 분노를 첨단 미디어는 스포츠형식으로 끄집어낸다. 21세기 격투오락은 고대 로마의 검투와 다를 바 없고 그 외형에 담긴 정치적인 속내와 대중몰이는 인간성 부재의 피폐한 도시를 폭력으로 매듭짓게 한다.
격투 로봇 글라슈트에 이식된 극도로 분노한 뇌는 죽음에 이르는 격투의 마지막 씬을 연출하고 인간성은 말살된다. 인간과 로봇의 충돌을 격투기라는 폭력적 감각에 접목시키고 승리를 점치는 인간들의 도박과 베팅은 속물적 위선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내용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재미를 기대하는 추리적 상상력과 세련된 대사들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신경학박사인 노민선과 보안청검사인 은석범의 통속적인 촌스러운 대사들. 캐릭터의 매력은 그들이 지껄이는 말속에서, 혹은 생각하는 정신속에서 살짝 드러나는 법인데 어디에 그 매력을 숨겨두었는지 끝까지 읽어도 찾을 수 없어서 아쉽기만 했다.
2049년 서울, 암담한 성형의 도시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퍼센티지로 결정하고 있다. 신체 각 부위의 치명상을 입은 인간에게 영구적인 기계몸을 이식하고 다른 살아있는 생체몸과의 유연한 결합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로부터 지속적으로 행해진 코스메틱 성형의 진화가 미래에 완벽한 사이보그를 만들어낸다는 소재가 무척 만화적이고 비약같지만 섬뜩한 면도 보인다. 다만 첨단 로봇의 설계도를 그려내고 도시의 방대한 기계화를 최첨단으로 만들어낸 만큼 인간 정신의 자율성과 자연성은 18세기 쟝 쟈크 루소와 계몽주의자들이 부르짖었던 혁신적인 사고의 틀 그 한조각이라도 보였으면 한다. 몸으로 결정짓는 미래는 원치않는다. 인간성을 염두로 한 정신과 영혼의 이식을 기대한다면 서툴고 거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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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4
- 작성일
- 2010. 11. 14.
@nineone91
- 작성일
- 2010. 11. 12.
- 작성일
- 2010. 11. 14.
@꽃들에게희망을
- 작성일
- 2010. 11. 14.
- 작성일
- 2010. 11. 14.
@유정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