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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작성일
- 2012.1.3
[eBook]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 글쓴이
- 장혜민 저
미르북컴퍼니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간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일을 자세히 살피고 익히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라는 뜻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잡는답시고 앞만 보고 달리다 흠칫하며 뒤돌아보는 순간 밀려오는 후회와 실망감만을 안겨주던 버리고 싶은 무지의 과거가 생각난다. 무척 부끄럽지만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사람은 없기에 이제서야 생각의 깊이란 다름아닌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달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해를 맞이하여 법정스님의 글모음을 중심으로 저자가 재편성한 e-book을 읽었다.
법정스님은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쓰는 분이셨는데 그분의 일대기를 전자책으로 만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러니컬하다. 정감있는 종이책보다는 못하지만 이국의 고독을 단 한순간이나마 견뎌낼 수 있는 게 종이뿐만 아니라 기기의 역할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스스럼없이 읽었다.
언젠가 한번은 분명히 헌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홀연히 길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삶의 매순간을 소모적인 일상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마음가짐과 습관을 갖는 것이 옳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말이 아니라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할 것 같기에 미리 알아서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라 지나고 보면 후회막심한 것도 사실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번갯불처럼 시간이 빠져나가버리는 그 시기가 오면 더 큰 후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세상과 일상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또 넘치게 가졌지만 더 갖고 싶은 탐욕스러움이 현재의 일상을 망치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얼마전에 본 법정스님의 <의자>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이 책의 내용과 겹치면서 몸소 실천하셨던 무소유의 정신과 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누구라도 한번쯤은 그 분의 글에 위안을 받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삶이 나를 속이고 뒤돌아서서 비웃을 때 어김없이 스님의 글을 찾아 텅빈 충만이란 무엇인지, 버리고 떠나면 그 다음에 뭐가 있을 지, 궁금해하며 글 속에서 위안을 받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충만감이랄까. 세속을 등지고 사는 구도자라서 그럴 수 있을거야라는 얄팍한 마음도 한 순간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내 마음안에 혼재하고 있었음을, 나를 다스리는 자는 바로 나여야 한다는 진리를 알게 하신 분이다. 동시대를 함께 했던 분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이고 떠나시는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다 아리고 시렸다. 세상에 내놓은 글빚을 갚는 차원에서 절판시킨 스님의 저작물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무소유의 정신이라지만 스님의 책은 모조리 소유하고픈 마음이라니... 돌아가신 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이 책(무소유)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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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