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하루
- 작성일
- 2012.2.23
사도세자의 고백
- 글쓴이
- 이덕일 저
휴머니스트
역사란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어서 종종 위험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어제 일어난 일도 보도자료나 기록을 보면 전달자나 전달 매체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이는 읽는 자나 듣는 자들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불분명해지며 옆사람에게 전해주는 혹은 전해듣는 일에도 차이를 만들어내는게 현실이다.
집안에서 일어난 일도 앞뒤 정황과 상황추적을 하다보면 사실이 차츰 밝혀지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한 왕조의 역사가 쉼없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범하는 것을 보면 이는 사실에 입각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로 만들고 싶지 않은 기득권 지배세력의 가면을 뒤집어 쓴 허위와 날조, 사실이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라는 변명과 핑계를 일삼는 순한 양의 얼굴과 악어의 눈물을 수시로 흘리며 입장을 바꿔가는 세력의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 안에는 왜곡과 은폐가 가득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그의 말년에 쓴 <한중록>은 궁중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아름다운 문체와 궁중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이 내용을 학창시절때 분명하게 배웠다. 국어시간과 국사시간에 걸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는 정신병을 앓아 미쳐 날뛰는 자아를 다스리지 못해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애사를 그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눈물로 일관하며 쓴 가슴 아픈 기록이라는 것을...그런데 말이다. 이게 다 속이 다른 이야기라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국사라는 과목을 어찌 대해야 할 지 무척 걱정이 된다. 사실이란 있었던 일이고 진실이란 그 사실속에 함축된 확실한 이유와 동기이다. 얼마 전 방송 퀴즈 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고등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맞춘 학생은 다음 퀴즈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살수대첩과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의 이름을 쓰라는 질문이었는데 각각의 답안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의 학창시절을 뒤돌아보면 그 때만 해도 혼동할 수 있는 전쟁이어서 장군들의 이름을 외우느라 힘겨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도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이 부분에서 누구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한 시대 일어난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전쟁의 도화선이 될 만한 상황이 있고 거기에 불을 붙이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역사의 한 사건을 말할 때 이름만 외워서 될 일은 아니라는 거다. 그 이름도 혼동하고 심지어는 말도 안되는 인물의 이름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 주입식이란 철저히 사실과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잘못된 교육이라는 한계를 또 한번 깨달게 한다.
바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도 그렇게 외워서 전체를 가리고 감성적인 부분만을 자극하여 이름과 제목만 외워서 시험에만 충실한 암기학습을 했다. 피눈물나는 여인의 한맺힌 눈물만 겉핥기로 배운 셈인데 진실은 피비린내 나는 전후 정치상황과 얽히고 설킨 궁중의 비화속에 덮혀 있고 그 중심에 홍씨 가문의 지킴이 혜경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장수를 누렸다. 한가로운 날의 기록이라는 이 책의 진실을 이 덕일 님의 역사서로 만나보기를 바란다. 비슷한 문체와 비슷한 예문들이 이전의 그의 저서에도 많이 등장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학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통 역사물을 찾아보고 관련 필름을 즐겨보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책으로 만지지 못하는 부분들을 관련자료로나마 만져보고 싶어서이다. 역사교육은 어느 순간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고 단계적인 과정을 밟아 하나하나 쌓아가는 학습이다. 의자에 앉아 책으로 공부하는 것도 일부분 중요하지만 숲은 안보이고 나무 한그루 기르는데만 신경을 쓰게 하는 교육은 다소 의지를 보이며 고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박물관견학이나 역사속의 장소들을 방문하는 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계가 높아가면서 원서에 입각한 제대로 평가된 학습서들을 읽고 토론하고 글로 정리해보면 좋겠다. 듣자하니 국사과목이 필수가 아니라고 한다. 과학적인 우리의 글자인 한글의 날이 평일과 다를바 없음에 한탄을 금치 못하는 일인으로 국사까지 선택이라니 좌절감만 앞선다. 이를 어쩌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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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