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하루
- 작성일
- 2012.9.30
국보순례
- 글쓴이
- 유홍준 저
눌와
총영사관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한국사람들 집에는 거의 없는 유리상자안의 춘향이 인형과 왕비랑 쌍으로 서있는 왕의 대관식 인형, 좀 너무했다 싶은 중앙에 빛바랜 태극문양의 북도 아닌 소고등이 영사관 대기실의 한쪽에 비치되어 있다. 이게 한국의 전통적인 것이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또 있다. 기다리면서 보라는 한국에 대한 홍보물들을 볼라치면 정말 너무도 성의가 없이 올컬러로 돈만 들인 흔적이 다분해보이는 책자들이 즐비하다. 그런 홍보물들은 한국사람이면 절대로 보지 않는다. 그럼 누구 보라고 그리 비치해 놓았을까.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홍보물로만 보인다.
우리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물건을 소개한다거나 한국인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을 작위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책자라면 환영받지 않을까, 집에 가져가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바로 이런 책이라면 우리의 것을 충분히 알리고도 남을텐데...
우리나라의 국보를 소개해 놓은 책으로 그간의 연재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 홍준님의 책이다.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찾아 읽고 싶은 책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우리의 국보와 해외에 나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보물들의 사진이 많았다.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국보의 존재와 미학적 서사가 품격있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보는 내내 즐거웠다. 우리 조상님들은 어찌도 이리 안목이 높았을까, 각 시대마다 전통과 품위를 중시하며 해학과 여유가 넘치는 기교가 느껴졌다. 장인들의 기술력이나 인문학적 사유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과거가 현재보다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과거에 창조된 것들과 발견해낸 것들로 현재는 이루어져 있다. 과거인들이 만들어낸 최초의 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것을 만들어가고 미래의 것을 예측하며 발전시켜간다. 현대인들은 과거지향적인 디테일을 디자인하여 고감도 예술감각을 뽐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과거적 사실이 없었다면 현재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몇 해전에 불타버린 국보 제1호 숭례문의 윤곽이 떠오른다. 우리가 지켜야 할 국가의 보물들은 나라안팎에 흩어져 있지만 우리 안에 들어있는 유형의 보물과 무형의 보물을 지키고 관리하는 능력을 보다 더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려면 역사공부와 더불어 우리의 가치를 알아볼 만한 안목을 키워주는 학습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리한 공부량보다는 효율적인 학습량을 제도적으로 개선했으면 좋겠고 그런 의지나 실천을 아래에 요구하기에 앞서 윗선에서 먼저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다. 당장 영사관의 그 돈만 들인 올컬러 찌라시같은 홍보물들은 사라졌으면 한다.우리안의 명품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그런 식인지 모르겠다.
수준높은 예술품을 보거나 읽노라면 우리 일상속의 소품들을 다시 만져보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게 무엇인지까지....나는 예술가도 미학자도 아니지만 일상인으로 합당한 시각을 갖고 싶다.
과거 우리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명분밖에 없어서 그 보물들을 되찾아오는 길은 만무하다. 슬프고 아쉬운 일이다. 우리가 강해지면 우리 것 되찾아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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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