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동물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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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9.3
김지은입니다
- 글쓴이
- 김지은 저
봄알람
# 대한민국의 미투, 그 정점에서
2018년이 시작되면서, 대한민국에서 또 하나의 운동이 시작됐다. 바로 "미투" 2017년 가을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30년간의 성추문을 폭로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나도 피해자"다 라며 해시태그 #Metoo를 다는 것으로 전 세계적 운동이 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검찰 쪽 미투로부터 시작되었다.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검찰 내 성 비위에 대해 폭로하기 시작하면서 미투 운동은 정치, 예술, 사회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투 운동 중 가장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차기 대선 주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추문.
당시 포차에서 소주한잔하고 있던 나는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설마'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중적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에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불리는 그가 왜 성폭행을 했을까?라는 게 당시의 내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내용들이 사실로 판명이 되면서 이제는 그것이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라, 둘은 실제로 "연인"사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온갖 풍문이 떠돌아다녔다. 이혼녀이고 남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상간녀'가 된 거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서 급속도록 퍼져갔고 나는 마치 그게 사실인 것만 같았다. 이러한 것들이 김지은 씨에게는 2차 피해가 된다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피해자 김지은 씨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낸다고 했다. 책은 [김지은입니다]라고 했다. 마치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는 제목처럼 느껴졌다. 왜 이런 책을 냈을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읽기는 싫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안희정'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서울시장의 성추문에 의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정치 쪽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들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심정이길래 저렇게 절규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김지은입니다]를 주문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정말 많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 수행비서의 삶을 보다.
김지은 씨가 왜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해야 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성폭력을 당했다 라는 사실보다는 그녀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업무 매뉴얼에 더 놀랐다. 사실 대중들에게는 '수행비서'라는 이미지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 만큼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다. 책의 내용으로만 보자면 거의 '로봇'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군대의 규율보다 더 빡세 보인다.
책은 김지은 씨의 주장이기에 전부를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는 업무 매뉴얼대로 수행비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기술한 수행비서의 일과와 심리적 고통들이 그 일을 진심으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 때 국회의원의 수행비서를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녀가 말하는 수행비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는 대충은 안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김지은 씨는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지사라는 자리가 일반 대중에는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캠프에서 했던 보좌진이나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소속 공무원들은 그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 알 것이다. 그 자리가 누리는 권력은 생각보다 세다. 그리고 그 강도는 당연히 최측근 참모들에게도 더 크게 적용된다. 김지은 씨가 어떠한 사유로 도지사를 모시는 최측근 수행비서로 발탁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추천이 들어갔을 것이다. 김지은 씨의 역량이 기본적으로 충족이 되었기에 발탁도 되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자리이긴 하지만 힘든자리이기 때문에 기존의 최측근도 사실 잘 안하려고 하는 자리여서 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기도 한다. 그게 바로 김지은씨 케이스인 듯 싶다.
생사여탈권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전권이 상관의 기분에 따른다면, 당연히 나는 그 기분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추세지만 보통은 그 기분을 맞추는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김지은 씨도 그랬을 것이다. 이혼녀라는 시선에 이제는 공부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대학원까지 이수한 고학력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일을 잘하는 모습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던 안희정 지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게 수행비서의 삶이었을 것이다.

#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씨는 수행비서로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그리고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도지사에게 충성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도지사의 요구를 다 이행할 수밖에 없는 위치... 그게 성적인 요구여도 말이다. 혹자들은 왜 안된다고,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못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일까?
책에서도 수차례 언급되어 있지만, 사람이 누군가에 귀속이 되면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번아웃이라고 불리는 이런 단계는 일적인 스트레스가 최고도로 달하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늘 긴장상태에 있던 김지은 씨는 아마도 이런 상태가 아니었을까? 여기에 성폭력이라는 사건이 그녀에게 있어서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상황적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아니었을까?
1번만 이었다면, 어쩌면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한번이 두번이 되고 그리고 세번이 되자 김지은 씨는 그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심경적 변화는 아마도 검찰 내부의 성 비위를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번쩍 정신이 들지는 않았을까?
불행 중 다행인 것인지 그녀를 위해 "연대"가 시작되고 안희정의 최측근에서도 김지은 씨를 위한 증언자가 나왔다. 물론, 그들의 최후는 얼마 전 기사에서 접해 듯 불행하다.(위 사진 참고) 아직 대한민국 사회가 내부고발자, 미투 폭로자에 대한 보호가 미숙해 보인다. 여전히 그들은 2차, 3차 피해를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피해자 김지은 씨가 용기를 낸 [김지은입니다]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적극적으로 연대는 못하지만 그녀의 책을 사고 읽음으로써 작게나마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서 더 이상 대한민국 사회에 권력형 성 비위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에 대한 보호가 법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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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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