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erature

책읽는낭만푸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10.19
그가 그렇게 하는 것, 그렇게까지 자기 삶을
고양이를 위해 밀어붙이는 것은 그래야 그가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혼자 산 그는 시시때때로
우울감과 알코올에 젖어 자살을 시도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우연찮은 어떤 것들, 이 도시가 운영되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기척들, 예를 들어 취객이 그의 집 대문을 두드린다든가,
신문배달원이 신문값을 받으러 온다든가, 교회를 다니라며 늙은 여자들이 초인종을 누른다든가
하는 일들 때문에 죽지 못하곤 했다. 십오 년 전 어느 날에 그것은 길고양이였다. 그가 죽기로 결심한 날에 길고양이가 무슨 영문인지 마당의 쓰지 않는 고무 다라이에 새끼를 낳았던 것이다. 다라이는 다라이라서 그건 쓸데없이 크고 버짐처럼 허옇게 자줏빛 고무 몸체가 닳아 있고 더럽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새끼 고양이들이 담겨 있었고 그 고양이들의 처리 문제로 그는 며칠을 죽지 않고 더 살아야 했다.
그뒤로 또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예를 들어 벽의
못에 노끈을 걸고 목을 매려 할 때마다 그것, ‘다라이’에
있는 그것들이 그의 죽음을 간섭했다. 어떻게 한단 말이냐, 저것들을. 그 간섭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는 며칠을 더 살았고 나중에는그냥 자기 자신을 고양이에 기탁했다. 어떻게 보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죽을 수 있는 주체에서 간섭받는
객체로 물러선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 괴괴한 단독주택에서 움직이고 먹고 눕고 싸고 울고
할퀴는 유일한 생명체였으므로 고양이에 집중하는 것은 삶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실이 그를 죽음에서
건져냈다. (pp.2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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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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