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책읽는낭만푸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9.15
1) 읽은 도서명
2) 독서 시간과 읽은 페이지
5:10-5:30am (pp.102-121)
3)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오늘은 「하얗게 탄 숲」,「피라미드와 새」,「풀이 많은 강가에서」,「가장 나중의 목소리」,「열매의 마음」,「나무는 잠든다」,「남아 있는 밤의 사람」,「우리는 밝게 움직인다」,「새들은 어서 와요」, 이렇게 아홉 편의 시를 읽었다.
캘리포니아는 한달 넘게 산불과 고투중이다. 최근 일주일은 공기질이 최악으로 나빠져서 하루하루 아포칼립스를 경험하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읽은 「하얗게 탄 숲」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왜 불에 탄 숲은 '하얀' 걸까. 재만 남아서? 이것이 숲의 나무로 만든 종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종이와 책이 불탄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
말을 하기엔 너무 환한 숲이었다. 한 마디 위에 한 마디를 얹기엔 하나 하나의 말이 너무 하얀색이었다. 하나와 하나 사이로 비탄과 감탄과 괴로움과 서러움이 흐르고 있었다. 먼지를 털듯 마음을 털고서 하나가 일어났다. 하나의 마음을 지우자 바다도 사라졌다. 마음의 바다가 사라지자 마음의 깊이도 사라졌다. 하얗게 탄 숲을 하나 하나 떠나가고 있었다. 하나 하나 떠나가면서 붉게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 이제니, 「하얗게 탄 숲」 부분
「가장 나중의 목소리」는 이 시집 전체를 이해하는 핵심이 되는 시 중 한 편일 것 같다. 시를 곰곰이 읽다 보면 이제니가 이 시집에 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다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읽은 시들 중 「열매의 마음」이 가장 와닿았다.
공기 질이 너무 안 좋아져서 마스크를 쓰고도 밖에 나가지 못한지 나흘째다. 그런데도 벌새며 나비들이 뒷뜰로 날아온다. 사람에게도 위해한 그 공기 속을 저 작은 생명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 그걸 생각하면 나비나 벌새의 힘찬 날갯짓이 더 안쓰럽고 안타깝다. 인간의 죄의 업은 저 작은 생명체들이 지고 산다는 게 죄스럽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내 눈과 마음에 가장 깊숙이 들어온 시다.
「나무는 잠든다」는 조용 조용 나직하게 소리내어 읽고 싶어지는 시이고, 「남아 있는 밤의 사람」와 「우리는 밝게 움직인다」는 시집을 관통하는 이제니의 생각이나 관념들이 잘 녹아있는 시들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읽은 「새들은 어서 와요」의 이 부분에서 마음이 크게 출렁였다.
새들은 어서와요
빛은 이곳으로 들어와요
꿈에 들어와 조용히 눕는 것은
이제는 없는 옛날의 어머니
예쁘고 정답고 꿈많은 어머니
- 이제니, 「새들은 어서 와요」 부분
우리 나이가 이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되는 나이. 그런 참혹한 시절을 하루하루 견디며 산다.
4) 기타 하고 싶은 말
이젠 '발화 연습 문장'이라는 동일한 제목의 연작시 13편만 남았다. 추측컨대 이 시들은 공부하듯 읽게 될 것 같아서, 오늘 그 전의 남은 시들을 모조리 다 읽었다.
그러면 이 시집도 끝이다. 시집치고는 꽤 분량이 많은 두꺼운 시집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부하듯 시집을 읽었는데 (뭔가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달까), 그렇게 읽는 시집도 재미있었다. 음악 이론을 공부하듯, 악보를 읽듯 시집을 읽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 '예스블로그 독서습관 캠페인'에 참여하며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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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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