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erature

책읽는낭만푸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6.1.5
죽어서 다시 태어나길 반복해, 여태 살아온 세월이 백년을 넘었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은 헤아릴 수도 없다. 그래도 제 손으로 키운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했다. 어느 아이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도 잊지 않았다. 천 년이 넘게 산다 해도 품에 안았던 아이의 무게를 기억할 것이다.
린의 어머니는 그것을 느껴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다시 태어나면 태어날수록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린이 갓난아이로 태어날 때마다 어머니는 피와 양수를 흘리며 죽는다. 마치 린이 되풀이해서 어머니를 죽이는 것만 같았다. (p.70)
린은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인생을 공부에 쏟아부었다. 죽어서 갓난아이로 돌아갈 때, 남편과 아이들은 데려갈 수 없지만 보고들은 것은 남는다. 그렇다면 많이 배우고, 지식을 쌓아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p.71)
아버지의 죽음, 남편의 죽음, 그리고 아이의 죽음을 몇 번이나 체험했다. 눈물이 흘렀다. 익숙해질 수는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슬픈 것일까? 함께 있던 사람이, 어느 날을 경계로 사라진다. 그 사람과 보냈던 날들이 언제까지나 가슴에 남는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지금은 남이 된 남편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 몸속에서 그 감정이 언제까지고 솟아나 마를 일이 없다. 눈물마저 소중했다. 이 사랑도, 슬픔도, 전부 어머니가 준 것이다. (pp.71-72)
노파는 자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살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그곳은 어떤 곳일까? 라피스 라줄리 덕분에 남들보다 긴 인생을 살 수 있는데도 그 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 죄는 헤아릴 수 없다. 지옥에서 겪을 고통은 얼마나 클까?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어머니를 살리고 싶었다. 언젠가 건강한 몸으로 린의 동생들을 낳아 기르며, 어머니가 살아가는 앞날에도 린이 느꼈던 행복이 깃들기를. 살아간다는 고귀함, 눈물의 의미에 감동하는 순간이 어머니의 생명에도 깃들기를.
린이라는 이름조차 붙어 있지 않은 태아는 양수 속에서 기도했다.
이윽고 발달이 덜 된 태아의 목에 택줗이 세 겹으로 감겼다. 어둠 속에서 태아는 손발을 뻗어 제 목을 꼬옥 졸랐다. 탯줄이 죄어 어머니가 보내 주는 양분들이 차단되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태아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린은 지옥에 떨어졌다. (pp.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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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