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낭만푸우
  1.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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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겨울로 온다



 



유희경



 



겨울은 서로 닮았다 가운데쯤 나는 있었다 눈이 내리다 말았고 쌓인 만큼 녹았다
되도록 늦게 늦게 글자를 적는 사람처럼 또 눈이 내리고 떠올리고 잊고 안타까워서 나는 수첩을 덮듯 거기에 있었다



 



아직 겨울은 아니지만 떨듯 코트를 찾은 것은 앞에 입구를 두고 찾아 헤매는
形色 그러나 겨울밤이라면 나는 불을 끄고 곁에 누워 종알종알 모두 이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럴 건데 그렇게 될 텐데 자꾸 그러할 것인데 멈추지 못하고 하찮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아무도 없을 땐 그러다 누가 있기라도 하면 바닥이 바닥을 덮고 그 위를 손으로 덮어보는 생각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아무도 한 사람도 남아 있지를 않을까 나는 자박거리는
지난겨울 닮은 것들을 여미고 감추며 바람이 가라앉지 않는 건너편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겨울은 서로 닮아서 가운데 그쯤 누가 있지 않으면 분간하기 어렵지 눈이 내렸고
쌓였고 그쳤고 녹기도 했으며 한 자 한 자 오래 걸려 적는 사람처럼 당신처럼 있다 나는 나는 거기까지 오래오래 걸어다녀 온 기분, 그랬다



 

* 출처: 계간 창작과비평 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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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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