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erature

책읽는낭만푸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12.9
“널
이해 못 하겠어.”
보현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발목이 잡혀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우울체’가 그녀의 슬픔을 어떻게 해결해 주는가?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테이블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보현은 말을 이어갔다.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나는 허공중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래. 네 말대로 이것들은 그냥 플라시보이거나, 집단 환각일 거야. 나도 알아.”
보현은 우울체를 손으로 한번 쥐었다가 탁자에 놓았다. 우울체는 단단하고 푸르며 묘한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동그랗고 작은 물체였다.
“하지만
고통의 입자들은 산산이 흩어져 내 폐속으로 들어오겠지. 이 환각이 끝나면.”
우울체 하나가 탁자 위를 굴러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게
더 나은 결론일까.”
나는 시선을 피했고 그 순간 보현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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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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