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지꽃(Book)

책읽는낭만푸우
- 작성일
- 2023.9.6
미키7
- 글쓴이
- 에드워드 애슈턴 저
황금가지
2024년 봄에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원작이다.
이미 1분 미만의 트레일러가 소개된 상태인데, 재생 탱크 안에 있는 미키 반스의 이미지가 압도적이어서, 원작 소설을 읽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사실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실망했었는데, 소설을 읽고 트레일러의 이미지까지 보고 나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이 캐스팅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적절한 디렉팅이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티모시 샬라메처럼 좀 유약한 이미지였다면 '역사가'라는 주인공의 캐릭터나 '익스펜더블'이라는 역할과도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미키 7』은 간단히 말하면 『설국열차』의 우주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 파괴로 지구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우주를 개척하는 디아스포라가 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키 반스 역시 원래 살고 있던 정착지 미드가르드에서 새로운 개척지를 찾기 위해 꾸린 개척단에 포함되어 드라카라는 우주선을 타게 된다.
그러나 미키는 조종사도 의료진도 아니었고, 유전학자나 식물학자, 우주생물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아마추어 역사가였는데, 이런 그의 이력이나 경력으로는 우주선의 말단 직원조차도 될 수 없었다. 엘리트도 아니었고, 우주선 내에서 필요한 기술도 갖지 못했던 그는 미드가르드에 정착한 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발사될 예정인 우주선에 타기 위해 '익스펜더블'이 되기를 자원한다.
바이오 프린트된 육체에 인격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익스펜더블은 개척 초창기에 끔찍한 사건들을 일으켜(구체적인 내용은 소설 중반에 알게 된다) 연쇄살인범이나 아동 납치범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범죄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 일을 미키 반스가 자원한 것이다.
익스펜더블은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삶이 끝나더라도 재생탱크에서 새로운 나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생탱크에서 나오는 일은 리셋 버튼을 누르는 일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그 삶을 불멸이라고 인식하는 데 반해 미키는 기생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이 '미키 7'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미키 반스는 지난 8년 동안 이미 여섯 번이나 죽음을 경험했다. 지금 사는 삶은 일곱 번째의 미키인 셈인데, 9년째인 현재 미키는 친구인 베르토의 실수로 '미키8'을 맞닥뜨리게 된다. 죽지 않은 상태에서, 두 명의 '미키'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모두 미키 반스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미키7은 미키8을 이질적으로 느낀다. 더군다나 이들이 둘이라는 게 발각된다면, 둘 다 규율에 따라 죽을 수도 있게 된다. 이것이 미키7이 처한 위험이다.
하지만 익스펜더블로서 미키 반스가 노출된 위험들은 늘 상존한다. 이미 여섯 번이나 죽음을 경험한 미키의 과거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익스펜더블로서 미키는 방사능에 노출되고, 크리퍼에 먹히고, 6주마다 반물질에 몸이 녹는다. 드라카에서 미키 반스는 기계보다 훨씬 경제적인 소모품일 뿐이다.
이쯤되면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의 영화화를 결심한 이유가 명확해진다.
『설국열차』나 『기생충』처럼 이 작품 역시 계급과 계층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익스펜더블'은 사회의 맨 밑에 위치한 계급이고, 이런 미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서 인간사회의 계급적인 문제와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엔 매우 다양한 인종들이 등장한다. 미키의 애인이자 조종사인 나샤는 난민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아마도 아프리카계일 것 같고, 성으로 유추할 때 미키와 가까운 인물들(그러니까 작품의 핵심인물들) 중엔 히스패닉과 중국인도 있다. 재밌는 것은 우주선의 사령관인 마샬은 나탈리스트(신체마다 영혼이 하나만 있다고 믿는 종교. 때문에 바이오프린팅된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익스펜더블을 인간이라 보지 않는 집단)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누가 봐도 와스프(WASP)임을 짐작할 수있다. 그러니깐 인종과 계급이 뒤섞인 인간 사회 축소판이 드라카라는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인다, 이 구조적인 이야기를 봉준호 감독이 어떻게 나름의 스토리로 풀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더군다나 '익스펜더블'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에 대한 윤리적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젬마와 미키의 '테세우스의 배' 와 관련된 대화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루어질 것 같다.
여러모로 많은 의미와 상징을 품은 작품이라, 영화화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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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