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지꽃(Book)

책읽는낭만푸우
- 작성일
- 2010.11.9
빵은 유쾌하다
- 글쓴이
- 신현림 글, 사진
샘터
재밌는 것은 '신현림'이라는 인간을 시로서는 만나보지 못했다는 거다.
그녀의 메인 직업(?)이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신현림이 시쓰기 이외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그녀를 접할 기회가 많은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시인인 신현림을 시로서는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러나 몇몇 책을 통해 경험한 그녀는 매우 소녀스러우면서도 무척 시골스럽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도시적 감수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대체로 후천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이며 그녀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느낌이나 표현들은 무척 시골스럽다. 그녀 자신도 본인을 '컨트리스럽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이건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다는 의미이며, 차갑기보다는 따뜻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쿨한 것'이 미덕이 되어 버린 '차도남'과 '차도녀'들 사이에서, 그녀는 여전히 따뜻하다. 그리고 순박하게 웃는다.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저렇게 다 내보이다간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그렇지만 그래서 그녀에게선 흙냄새가 나고 꽃냄새가 나고 바람냄새가 나고 하늘냄새가 나고 사람냄새가 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공감하고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참 좋아.'라고 말하기엔 주저되는 부분들이 아직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신현림이라는 사람이 변덕스럽지 않고 결정적 순간에 자기 이익을 위해 사람을 배신할 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확신은 가질 수 있겠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사람의 글이 그 사람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버렸지만, 적어도 신현림만큼은 자신의 글과 정확하게 일치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신현림은, 그의 글은, 그렇다. 내게는.
페르조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맨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랄까?
물론 여전히 소녀적인 그녀의 믿음과 삶에 대한 긍정성이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도 온전히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시선은 눈물겹도록 고맙기까지 하다.
찬바람 부는 날 두손 가득 꼬옥 잡은 자판기 커피의 따뜻함처럼, 상설할인매장에서 가족들을 위해 구입한 니트의 포근함처럼, 딱 그만큼의, 그러나 간절히 필요한 그런 따스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덧붙임]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이겠지만 신현림의 에세이집은 대개 글과 사진을 함께 싣고 있다. 이 책도 그렇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신현림의 사진은 그다지 좋은지 모르겠다. 내 심미안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신현림의 사진은 큰 감동은 없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딱히 있어 보이게 찍으려는 의도 자체가 결여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그녀의 프레임 속 세상은 일상을 그대로 닮아 있지만(예를 들면 손님 맞이를 할 땐 의례껏 집안을 청소하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눈에 안 보이는 곳들에 숨겨두기 마련이지만 애초에 그녀는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있어 보이지 않는, 그럴 듯함을 배제한 일상성과 소박함이 어쩌면 그녀의 글을 닮은 그녀의 사진만의 고유한 특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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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