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낭만푸우
  1. 도라지꽃(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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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사막의 꽃
글쓴이
와리스 디리,캐틀린 밀러 저/이다희 역
섬앤섬
평균
별점8.6 (33)
책읽는낭만푸우

어린 친구들의 장래희망이 우리가 어렸을 때랑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요즘의 어린 친구들은 연예인이나 (패션) 모델, (패션) 디자이너 등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은 세계적인 탑 모델의 성공 스토리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충분하다. 소말리아의 유목민 소녀가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된 거니깐. 그러나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더 이상의 큰 감동이나 울림을 주지는 못했을 거다. 최상의 정점에서 와리스 디리는 인권운동가로 전환한다. 자기가 가진 영향력을 선하게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은 일 하나로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고, 그 구설수가 정상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나 민족의 구성원들로 인해 힘들어질 수도 있고 테러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와리스 디리는 그러한 모든 가능성을 알면서도 아프리카의 여성들을 위해 입을 연다. 그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자행되는 '여성할례'가 공론화될 수 있었다.


 


여성할례, 오늘날에 보다 적합한 용어로 말하자면 '여성성기절제술female genital multilation, FGM'은 아프리카내 28개국에서 지금도 크게 행해지고 있다. 유엔은 어림잡아 1억3천 만여명의 여성들이 FGM을 받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중략) FGM은 대개 미개한 환경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서 마취 없이 행해진다. 여자들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술에 사용하는데 그 중에는 면도날, 칼, 가위,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등이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빨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역과 문화적 관습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가장 적은 손상을 입히는 방법은 음핵의 덮개를 절제하는 것인데 그러면 여자는 평생 섹스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가장 심한 방법은 '봉쇄술(infibula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소말리아 여성의 80퍼센트에게 행해진다. 내가 당한 것이기도 하다. 봉쇄술을 받은 직후에는 쇼크, 세균 감염, 요도나 항문의 손상, 흉터의 발생, 파상풍, 방광염, 패혈증, HIV 감염, B형 간염 등의 증세나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골바이나 비뇨기에 만성, 또는 회귀성 염증을 유발해 불임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음문 주변에 낭포나 종기가 생길 수 있고, 고통스러운 신경종이 올 수도 있다.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생리가 복부에 고이기도 하며,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급기야는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미국이나 유럽에 이민한 아프리카인들에게서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그러나 이것은 명백하게 남성 중심적인 행위이다.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강요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불결하고 방탕한 여자로 인식되어 결혼을 할 수 없고 따라서 부모들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응해 딸이 할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일 년에 2백만, 하루에 6천 명의 소녀들이 순결한 몸으로 시집갈 준비를 하느라 아직 성기도 되지 않은 여린 살점들을 난자당한다. 이 해괴망측한 전통에 대해, 그러나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명시된 바가 없다고 한다. 그건 종교적인 전통이 아니라, 여성의 쾌락을 용납할 수 없는 근엄한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것이라는 말이다. 여자의 성기는 애초부터 불결하고 음탕하니 모든 가능성을 뿌리째 도려내 버린다는, 이 불결하고 음탕한 상상력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상상력은 세상을 제압한다. 순결한 처녀로 키우기 위해 늙은 여자의 손을 빌려 먼저 칼질을 낸다음, 정숙한 아내로 살기 위해 오로지 남편의 칼이 그곳을 다시 갈라낸다는 이 엽기적인 상상력! - 『이프』 편집인 김재희의 추천사 중에서 


 


와리스 디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족간의 전쟁은 남성들의 자존심과 이기주의, 공격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여성 할례와 다름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두 가지 다 남자들이 자신의 영역과 소유물에 집착해서 생긴 결과다. 여자는 관습적으로, 법적으로 남자의 소유물에 속한다. 남자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자들이 진정하고 세상을 좀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분비되던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남성호르몬)이 없어지면 전쟁도, 죽음도, 도둑질도, 강간도 사라질 것이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여성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라니 아연실색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정신적 할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때로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와리스의 어미니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관습이라는 수레바퀴 아래 나동그라져 딸자식에게 '정신적 할례'의 칼을 들이대고 있지는 않는지. 때로는 학교 교사가, 직장 상사가 그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는지. 그래서 우리 중에는 죽을 때까지 '정신적 불구자'로 살아가는 여성이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와리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이 책의 번역자인 이다희씨는 고 이윤기 선생의 딸이다. 부녀가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 같다. 아버지만큼 큰 거목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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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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