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낭만푸우
  1. 도라지꽃(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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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포르투나
글쓴이
마이클 에니스 저
북폴리오
평균
별점8.9 (35)
책읽는낭만푸우

아무 정보도 없이 읽었다가 깊이 매료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체사레 보르자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마키아벨리의『군주론』의 모델이기도 했고, 여동생인 루크레치아와는 근친상간 관계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 후안을 시샘하여 암살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체사레, 후안, 루크레치아의 아버지는 교황 알렉산더 6세인데 이 사람은 역사상 가장 부패한 교황으로 평가된다.


 


아마 여기까지 읽은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다. ‘막장 드라마도 이 정도는 아니다 싶을 정도로 콩가루 집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군주론』의 모델이라는 유명세뿐 아니라 이런 개인적인 이력 때문에 역사상 체사레의 입지는 매우 독특하고, 그래서인지 체사레나 보르자 가문을 소재로 한 책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뮤지컬로 유명한 『위키드』의 원작자인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작품인『거울아 거울아』는 보르자 가문을 소재로 한 르네상스 이탈리아 백설공주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 작가로는 서정인의 『용병대장』과 『말뚝』이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도『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란 평전을 썼다. 체사레에 대한 대개의 역사적 평가는 매우 냉정하고 야박하지만, 반대로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체사레는 매우 매혹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대로 우아한 냉혹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서늘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인물이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체사레 보르자는 많이 회자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역사적 인물이란 사실이다.


 


이렇게 옴므파탈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라니, 당연히 읽어주는 게 독자로서의 예의이다. 더욱이 이 작품엔 체사레 보르자 이외에도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두 인물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등장한다. 이들이 살던 당시의 이탈리아가 시대적 배경이다.


 


역사는 탁월한 오락이라고 했던 시오노 나나미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소재이자 주제를 가진 작품이다.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재밌게 읽을 만하다. 그의 책들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긴 하지만 사료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상상력과 글솜씨로 채워 재미를 만들 듯이 (사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가라기보다는 소설가다) 이 작품 역시 역사가 얼마나 탁월한 오락이 될 수 있는 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작품은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스터리적 구성이 치밀하다. 둘째, 정치를 스릴러와 잘 버무렸다. 셋째, 장르와 상관없이 빠지면 서운한 러브스토리가 등장한다.


무려 600쪽에 이르는 이 소설은 200쪽 단위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가 후안의 연인이었던 다미아타가 그들의 아들(혹은 체사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일 수도 있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라면 2부와 3부는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여성과 남성, 감성과 이성, 종교과 과학의 입장에서 동일한 사건을 조명하면서 이야기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자기의 맏아들인 체사레 보르자가 둘째 아들인 후안을 죽였을 거라고 의심한 교황 알렉산터 6세는 후안의 연인 다미아타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아올 것을 명한다. ‘고급 창녀인 다미아타는 자기 아들을 볼모로 잡은 교황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서 미궁의 연쇄 살인 사건들이 계속 일어난다. 머리가 없는 여인들의 시체들이 발견되는데, 이 시체들은 사지가 절단된 상태다. 절단된 사지들을 찾던 와중에 다미아타는 체사르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명인 레오나르도와, 외교관으로 온 서기관 마키아벨리를 만나게 된다.


 


이로써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등장한다.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후안의 죽음이다.


누가 후안을 죽인 것일까?”


용의자는 크게 셋이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아우를 질투했던 체사레, 후안과 이해관계가 상반된다고 볼 수 있었던 용병대장들, 연인이었던 다미아타.


 


그리고 이 과정에서 2부와 3부의 화자인 마키아벨리가 전면에 부상한다. 사건은 명료하지 않다. 모든 것들은 매우 모호하고 자주 미궁에 빠진다.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도 모호하다.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조차 용의선상에 올리게 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각각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행동할 뿐, 절대적 선도 절대적 악도 없다. 심지어 체사레조차 선인인지 악인인지 불투명하다. 이것이 마키아벨리를 혼돈에 빠뜨린다. 사랑하게 된 여인 다미아타 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적 갈등도 심하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혼란은 가중된다. 심지어 다미아타는 후안이 죽기 얼마 전 체사레와 연인관계였다. 다마아타가 직접 후안을 죽이지는 않았더라도 후안의 죽음에 깊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체사레와 다미아타가 함께 모의한 것일까? 아니면 이탈리아의 평화를 원치 않은 용병대장들의 소행일까? 그도 아니면 후안의 죽음은 체사레와 용병대장들의 합작품일까? 합종연횡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이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된다. 각자는 나름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누구에 입장에서건 후안을 죽였다고 해도 납득이 갈만큼 타당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도대체 누가 죽인 거냐고?’ ‘범인은 누구냐고?’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누가 죽였냐보다 중요한 건 왜 죽였냐이다. 이 작품은 대개의 좋은 작품들이 그렇듯 매우 중층적이다. 단순히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이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등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후안이 죽었다는 엄밀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에 연루된 많은 사람들이다. 마치 아무 불빛도 없는 밤길을 가듯 막막하고 암담한 이 미궁의 사건들에 개입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왜 이 인물들은 이 사건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는가?


 


그런 측면에서『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를 작품의 화자로 선택한 건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마키아벨리가 후안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민이나 내적 갈등을 통해 독자들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 본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사레 보르자나 로마 시대의 여러 왕들을 통해 본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나, 분열된 이탈리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고민은 이후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저작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사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15-16세기의 이탈리아는 옛 로마제국 시절의 영광을 계승하고는 있었지만  심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미 영국이나 프랑스가 왕을 중심으로 한 국민국가로 나아간데 비해 이탈리아는 각각의 세력으로 갈라져 끊임없이 전쟁중이었다. 이런 배경을 알게 되면 왜 용병들이 이 사건에 깊게 연루되었는지 각 세력 사이의 피말리는 알력 싸움이 왜 긴장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가 왜 그토록 이탈리아의 통일과 번영을 꿈꾸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설사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은 독자라도 이 작품을 다 읽고난다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욕심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와 관련된 다른 책들을 읽고 싶은 욕구를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것, 끊임없이 책 속에서 다른 책을 호명하는 것이 양서가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탐정이자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 마키아벨리와 최초의 과학수사관이 빈치의 한판 대결. 1502 이탈리아를 무대로 만들어진 CSI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다 빈치 코드』와 『양들의 침묵』이 함께 떠오르는 대작.”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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