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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2.1.1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의미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우리에게 익숙한 4자성어입니다. 우연한 일이 겹치게 일어나서 억울하게 누명을 쓸 때 인용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는데 무엇이 억울한지를 아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구요. 이 말의 완전한 구절은 오비이락 파사두(烏飛梨落破蛇頭)이며 불가에서 인연과 업보의 고리를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까마귀가 날면서 배가 떨어졌고 그 배에 하필 그 배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던 뱀이 머리가 깨져 죽게 됩니다. 뱀은 죽어 산돼지로 태어나고 뱀을 우연찮게 죽였던 까마귀는 죽어 꿩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른 봄 꿩이 양지쪽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데 마침 산비탈을 지나던 산돼지가 그만 돌을 헛디디고 말았고 그 돌이 굴러 한창 행복하게 볕바라기 중이던 꿩을 치여 죽였답니다. 꿩은 죽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사냥꾼이 되었는데 어느날 산에서 우연히 산돼지와 마주칩니다. 사냥군이 그 산돼지를 쏘려하자 산돼지는 마침 근처에 있던 조그만 암자로 숨어들게 되지요. 이 암자에는 지혜의 눈이 열린 스님 한분이 살고 계셨더랍니다. 스님이 가만 참선을 하고 앉아 있으려니 절 주위에서 죽고 죽이는 과거의 원한 관계가 뒤엉켜 일촉즉발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고요. 스님은 사냥꾼에게 가서 산돼지를 죽이지 말라 하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서로의 원한 관계를 설명해 주었고 이에 사냥꾼은 마침내 발심하여 불제자가 되었답니다.
이 삼생에 거친 묘한 인연 이야기는 천수경에 나온다고 합니다. 완전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안성에 있는 청룡사에는 이 내용을 담은 벽화가 있습니다.
오비이락파사두 (烏飛梨落破蛇頭)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아래 있던 뱀 머리가 깨졌네
사변저위석전치 (蛇變猪爲石轉雉) 멧돼지로 환생한 뱀은 바위를 굴려 꿩을 죽였네
치작엽인욕사저 (雉作獵人欲射猪) 꿩이 사냥꾼되어 멧돼지를 쏘려 하니
도순위설해원결 (導順爲說解怨結) 도인이 삼생의 연을 설명하고 원한을 풀었네.
살다보면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작은 원한을 갖고 다니기보다는 내가 먼저 용서하고 이해해 주는 그런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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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