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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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2.6
검사내전
- 글쓴이
- 김웅 저
부키
이 책 저자인 검사님 글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하다. 검사 생활동안 겪은 사건과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한 필치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 울다가 웃다가 비장해지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우리사회를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게 된다. 다양한 사건 속에서 피해를 당한 선량한 이웃들을 만나고, 이들을 이용해 먹는 범죄자들을 만나고, 이들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검사의 애환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실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검사가 가운데에서 사실을 파헤쳐 정의를 구현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사건들을 들어보면 인생의 사연들이 그렇게 직선적이고 단편적이지만은 않다. 그 사건 안에는 우리들의 지나친 욕망이 꿈틀거린다. 때로는 이타적 목적의 선행이 잘못 매도되기도 한다. 선악이나 미추가 그리 단순하게 구별되지 않는 것이 우리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사기공화국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욕망의 드라마를 많이 그리고 있다.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약자의 약한 부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기꾼의 본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범죄자의 욕망과 피해자의 욕망이 결합해 만들어낸 화학작용이라는 것이다. 또한 범인을 검거해도 대부분의 사기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기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허황된 꿈을 꾸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사생활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어느 조직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이 존재하고 저마다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며 생활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자신의 검사생활이란 삶을 이렇게 정리한다.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383쪽)"
얼마전에 판사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판사유감>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법조계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의 이야기이다. 요즘 검찰개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검찰 내부에서 일어나는 세부적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드라마나 뉴스에 비치는 검찰의 모습과 진짜 현실과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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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