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과학

대수사선
- 작성일
- 2018.3.15
비커 군과 실험실 친구들
- 글쓴이
- 우에타니 부부 저
더숲
컴퓨터가 한 대도 없는 가나의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MS 워드 사용법을 가르치려고 칠판에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옮겨 그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단 메뉴부터 스크롤바까지 매우 디테일하게 그려 놓았다. 플로피 디스크 시대에 학교를 다닌 내 학창시절에도 학교에 컴퓨터 실습실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요즘에도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놀랍다.
요즘엔 달라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열악한 수업 환경은 과학 시간이었다. 수업은 대부분 칠판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실험실에서 알코올 램프에 불도 붙이고, 현미경도 들여다봤지만 6인 1조인 상황에 기회가 골고루 돌아갈 틈이 없었다. 외국 영화에서 2인 1조로 실험하는 장면을 보면 아직도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색깔 있는 용액이 빙글빙글 돌아 요리조리 이동하거나 연기가 나는 경우는 없었다. 거기 나오는 실험도구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많은 실험도구들은 대체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걸까? <비커 군과 실험실 친구들>은 그런 호기심을 만화 캐릭터로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액체를 담는 용기, 측정을 위한 도구, 여과·혼합·세척, 가열·냉각, 관찰 도구, 전기와 자기, 기타 등등 130가지의 실험도구를 소개한다. 이름의 유래부터 모양과 사용법, 실험을 망치게 되는 흔한 이유, 실험실 에피소드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비커(beaker)라는 이름은 새의 부리란 뜻의 peak에서 유래했다. 비커에도 모양과 소재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바닥 넓이에 비해 입구가 좁아지는 코니컬(원뿔) 비커는 액체를 주입할 때 튀지 않고 흔들어도 넘치지 않는다. 연구실 회식날 컵이나 냄비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당연히 실험에 사용되거나 약품이 묻어 있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실험 용기들을 가열할 때는 모양에 따라 견디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삼각 플라스크처럼 평평한 바닥과 둥근 옆면 사이에 턱이 진 경우에는 둥근 용기보다 압력 변화에 약해 잘 깨진다고 한다. 목 부분에 이음새가 있으면 무게에 약하고, 시험관은 브러시로 세척하다가 밑바닥을 깨뜨리기 쉽다. 유리막대는 책상 위에 놔두면 굴러다니다 깨지기 일쑤이다. 이런 실험도구별 특성을 잘 깨지는 지수, 데굴데굴 구르는 지수, 세척 난이도, 뚜껑이 잘 안 빠지는 지수, 가격 지수 등으로 표현해서 재미있다.
일본 만화라서 읽는 방향이 반대인데 반전시켰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나침반이 방향 뿐 아니라 삶의 방향까지 지시해준다는 내용처럼 실험도구의 특성과 만화 캐릭터의 특징을 같이 수록한 부분은 괜한 혼동을 줄 수도 있겠다. 캐릭터의 특징은 만화로 보여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만화 자체는 몇 페이지 안 되고 캐릭터 설정집의 비중이 훨씬 커서 아쉽다.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은 아기자기한 재미와 함께 충실하게 담고 있다. 아이들이 여러 가지 실험도구들을 책으로만 접하지 말고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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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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