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사회

대수사선
- 작성일
- 2015.5.5
Simple 심플
- 글쓴이
- 임정섭 저
다산초당
P.19-일단 초벌은 우뇌로 쓰고, 이후에 좌뇌로 다듬어라!
글쓰기도 조각을 할 때처럼 처음엔 대충 모양을 잡은 다음 예리한 날로 세부적인 묘사에 들어가야 한다. 처음부터 분석적인 좌뇌모드를 사용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그렇게 완성해봤자 앞뒤가 안 맞아 헛수고가 되기 십상이다. 우뇌의 감성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펼쳐놓고 그 다음에 예리한 좌뇌의 논리로 다듬는 것이 글쓰기의 정석이다. 감성이 부족한 글은 무미건조하기 쉽고, 논리가 부족한 글은 산만해지기 쉽다. 자신의 생각에 감성과 논리를 적절히 조합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글쓰기의 왕도임에 틀림없지만 체계적인 공식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심플>에서는 '포인트 라이팅'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Point-주제는 간단명료하게, Outline-핵심 메시지에 따라 단락을 나누고, Information-배경정보는 남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배려하며, News-주제에 맞는 예화나 근거를 버무리고, Thought-글감에 대한 내 생각을 담는 것이다.
주제는 뚜렷해야 하고 소재는 비범해야 한다. 주제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정체가 모호해진다.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면 부모의 사랑인지, 남녀의 사랑인지, 부부의 사랑인지를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소재는 주제와 어울리는 최신 이슈를 고르는 게 좋다. 진부한 글이 되지 않으려면 입체적인 관점과 글감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웹상으로 볼 때 단락이 너무 짧으면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가끔 내용상 연결되지 않는 단락을 서로 묶어 일정 분량으로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안 좋은 버릇이었다. 단락이 짧다는 건 살을 붙이는 재주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가지를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역시 나의 오래된 나쁜 버릇이다. 어렸을 적 글짓기 숙제로 원고지 다섯 장을 채우는 일이 너무나도 힘겨웠던 나는 글을 최대한 늘려 쓰는 버릇을 갖게 됐다. 남들이 열심히 원고지를 채우는 동안, 나 혼자만 최대한 빈칸을 많이 남기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필요한 접속사를 남발하며 마치 건더기 없이 국물만 멀건 죽을 쑤는 것처럼 영양가 없는 글을 썼다. 지금은 PC로 글을 쓰기 때문에 칸의 제약에서 간신히 벗어나긴 했지만, 쓸데없이 덕지덕지 덧붙이는 버릇은 여전하다. 어떤 단어에 꽂히면 버리지 못하고 꼭 써야 직성이 풀리니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곳에 때려박는 느낌으로 삽입한다. Ctrl+C, Ctrl+V만 누르면 되는 편리함이 습관을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글쓰기는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역행하고 있었던 거다.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을 잊고 자기 위주로 글을 쓰면 배경정보에 소홀하기 쉽다. 왜냐하면 쓰고 있는 자신은 뻔히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생략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보려고 쓰는 일기에서조차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써놓고도 내용을 이해 못하는 수가 있으니 남에게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배경정보를 상세히 넣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글감을 수집할 때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니 명심해야 한다.
p.37-메모할 때는 날짜와 당시 상황을 기록해두자. 기억은 우리를 배신한다. 써놓지 않으면 생각의 일부가 마모된다. 왜 내가 그 글에 꽂혔는지에 대한 이유나 상황 설명이 없으면 나중에 꺼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다.
글쓰기는 소재 싸움이라는데, 이야기 보따리의 고갈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매번 TV에서 본 이야기만 울궈먹고 있어 스스로도 한심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려면 호사가(好事家)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 호사가라는 말이 보통은 안 좋은 의미로 사용돼서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만 같지만, 그 의미를 살펴보면 '1.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 2.남의 일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남의 얘기에 귀기울이지 못할 바엔 남다른 경험이라도 쌓아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 적어도 관련 서적 백 권 이상은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 글이라는 것이 내 생각에만 의존해서는 아무리 쥐어짜도 부족하다. '확장 게임'인 글쓰기에 이왕 살을 붙이려면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사례를 가능한한 많이 알고 있을수록 좋다. 저자가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평소에 글쓰기 창고를 글 재료들로 많이 채워 놓는 일이다.
p.49-"모든 문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른 문장에 빚을 진다."
-덴마크의 시인 쇠렌 울리크 톰센
마지막으로 생각의 표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막상 벌려 놓긴 쉬운데 용두사미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이 글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첫문장은 인상적으로,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여운을 남길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것 같다. 그나마 한 가지 확실히 얻은 교훈은 퇴고 과정에서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많이 써둬야 한다는 거다. 버릴 것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에 미사여구는 무의미하니 최대한 걷어내야 한다. 글의 목적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식과 저자가 보유한 글감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눈이 조금은 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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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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