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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ze
- 작성일
- 2020.8.5
튀김의 발견
- 글쓴이
- 임두원 저
부키

월요일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화요일은 떡튀순, 수요일은 찹쌀 꽈배기와 도너츠, 목요일은 돈까스, 불금은 치킨&맥주, 토요일은 해장 라면, 일요일은 탕수육에 군만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만 않으면 매일 매일 먹어도 튀김 요리는 지겹지 않다. 나는 매일 다이어트 걱정하면서도 튀김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져 버리는 튀김 마니아다. 서평단 모집에 이 책이 올라왔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저 한 입 베어먹으면서 이 집 튀김의 반죽의 비법이 뭘까하고만 생각했는데, 이는 사칙연산도 모르고 인수분해를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과학적 원리만 알고 있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튀김의 비법을 가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인류가 튀김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흥미롭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게 된 후부터 가열식 조리를 해왔다. 가열식은 날것보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식감과 풍미가 좋다. 또 식재료가 소화가 잘 되는 조직으로 변해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인간이 커다란 뇌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하게끔 만들었다. 인류가 대량 생산한 유지는 올리브유였으나 가격이 비싸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중세에 들어 다양한 튀김 요리가 등장했다. 육식을 멀리하는 종교의 특정일에 육식을 대신할 대체식품으로 튀김을 찾아낸 덕분이다. 인류가 튀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에 곤충 가설도 재밌다. 영장류 시절부터 먹어온 곤충과 과일,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갓튀겨진 튀김과 닮았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DNA에 흔적이 남았다는 것이다.


튀김 음식의 탄생 배경도 재밌다. 일본에 표류한 포르투갈인이 육식을 금지하는 '쿼터 템포라' 기간에 튀김을 먹었는데, 이를 모방한 튀김 요리가 '덴푸라'이다. 서양인의 체격에 위압감을 느낀 일본이 육식 장려 정책을 펼쳐 입맛에 맞도록 육류를 튀긴 것이 바로 '돈카츠'다. 라면은 원래 중국의 면 요리인 라이미엔이 일본에 전래되어 한 창업가가 어묵를 튀기는 모습을 보고 개발한 것이다. 치킨은 흑인 노예들이 농장주가 선호하는 가슴과 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뼈가 많은 부분을 먹기 위해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도록 튀긴 고열량 음식으로 나름 아픈 역사가 있다. 프렌치 프라이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벨기에서는 서브가 아닌 메인 요리로 취급된다고 한다. 피시 앤 칩스도 육식을 금기시 하는 종교 때문에 발전했다. 탕수육도 흥미롭다. 아편전쟁 당시 젓가락 사용이 불편하던 서양인들이 포크로 먹기 쉬운 요리를 찾으면서 탄생한 것이다.



튀김에 숨은 과학적 원리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른바 '겉바속촉'을 만들기 위한 비밀과 느끼하지 않고 풍미가 느껴지는 튀김을 만드는 비법, 최적의 튀김 조건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장이다. 기름의 끓는 점이 낮기 때문에 재료 속의 수분이 기화하면서 생기는 구멍이 다공질인데 바로 이 구조가 튀김의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준다. 이 때 수분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이를 조절하려면 튀김옷이 중요하다.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공기를 가두는 다공질 구조를 돕기 때문에 글루텐 형성과 튀김반죽의 온도를 신경써야 한다. 글루텐 형성에는 밀가루의 종류가 중요하다. 평상 시 튀김을 할 때 밀로 만든 가루라면 뭐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이 사용에 따라 출시되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흥미롭다. 솔직히 처음에는 튀김을 집에서도 맛있게 해먹을 수 있는 비법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튀김의 유래, 튀김의 발전 배경, 튀김 요리의 역사, 튀김의 과학적 원리, 튀김 재료와 조리 도구에 대한 지식까지 어느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익한 정보가 다양했다. 책에서 튀김에 신경쓰는 가게에는 온도를 위해 재료뿐 아니라 튀김 조리 도구까지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했는데, 맛있는 튀김을 제공하기 위한 장인들의 노고까지 느껴진다. 저자가 고분자공학 박사여서 책에 대한 신뢰도 높았고,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서술 방식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전혀 부담이 없었다. 이 책이 어떤 분야로 분류될 지 궁금하다. 요리책이 될 수도 있고, 과학책이 될 수도 있다. 인문학 책이 될 수도 있고 역사서도 될 수 있다. 튀김의 무궁무진한 미시세계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정말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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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