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eunbi
- 작성일
- 2012.2.22
예술가의 작업실
- 글쓴이
- 박영택 저
휴먼아트
제 가까이에 친근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미술쟁이가 세 분 있습니다. 이 중에 한 분은 고교 동창으로 교단에 서는 분입니다. 그 시절 이 친구가 수채화 그리는거 보면 쓱쓱싹싹 붓질 몇번이면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또래의 미술반원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었습니다. 아마 전국대회 수상도 꽤 한걸로 기억합니다. 화가로 명성을 날릴 빼어난 재주라고 생각했더랬죠. 그런데 미대를 가지않고 사범대로 진학하더니 아이들 가르치는 미술 샘으로 자릴 잡더군요.(사실 그 당시 가난했던 소도시 부모님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미대보다 안전해 보이는 사대를 강권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학동들을 지도하면서도 동호회 전시 출품 등 활동을 꾸준히 하는데, 초대장을 받고 가보면 주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소조 등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유화 같은 거 안그리냐? 라고 물으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 이런게 더 마음이 간다고 대답하더군요. 아쉽습니다. 이 친구 그림 한 점 정도는 소유하고 싶었는데, 집에 보관하고 즐기기 힘든 것만 줄창 만들고(?) 있으니... 만약 그 때 고생이 되었더라도 미대를 선택하였더라면? 재주만 가지고 보면 참 아까운(?) 친구입니다.
또 한 친구는 전업화가인지 술꾼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개인전을 벌써 수차례 했지요. 처음 전시할 땐 그냥 일반적인 유화작품에 불과했는데, 회가 거듭할수록 정말 화가다운 포스를 느낍니다. 저번 전시회에 걸린 그림을 보니 대잎처럼 긁어서 완성하였더군요. 자신 만의 창작기법이 정착화되는 과정의 산물로 보여지는게 정말 대단하고 커보였습니다. 이제 진짜 화가 티가 난다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뭐~ 이정도 농은 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끝없이 자신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 친구가 전 좋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를 부를땐 화백이라 부른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이 이 화백친구의 작품 하나씩은 소장하고 있지만 전 없답니다. 이 친구 그림의 색조가 제 마음하고는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 밝은 그림을 집에 걸고싶은데, 이 친구는 죽어라 어두운 색조를 유지합니다. 어두우면 안팔린다해도 더 이상 밝아지기 힘들다네요. 어쩔 수 없이 술만 대접할 뿐입니다...
마지막 친구는 화쟁이 친구입니다. 명색이 미대를 나와 그림그린다는 사람이 전시회 출품하는거 한번도 못봤습니다. 그런데 전 이 친구의 그림을 가장 사랑합니다. 따스한 색조가 집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죠. 그가 그리는 추상도 전 읽혀집니다. 늘상 우리집 벽 비워 놓았는데 그림 언제 줄끼고? 묻습니다. 다음에~ 한게 벌써 10년이 두번 지났습니다. 이 친구는 자신의 그림을 선보이기엔 부족한게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말로 위에 언급한 친구들보다 훨씬 잘 팔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네요. 물론 아마츄어의 눈으로 바라본 평가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림을 거는 곳은 관공서나 미술관 등 큰 장소만 있는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당장 내 집에 걸고픈 그림은 내 눈에 만족을 주는 작품이라야 되는데, 이 친구는 그게 아니라고만 이야기 합니다. 글쎄요. 가치관의 차이이지만 설득하기 힘듭니다. 요즘은 사진에 몰입하고만 있을 뿐 그림그릴 생각도 안하는군요. 그래서 전 이 친구를 보면 화쟁이라 그럽니다. (파리 여행 같이가기로 해놓고 혼자 가버린 친구가 이 분 입니다. 진짜 혼자 갔는지 사모님께 확 찔러버리고 싶습니다. 음... 이 말은 곧 지워야겠네요. 가정분란 일어날라... ^^*... )
(이미지는 이 책 서양화가 민경숙님의 작업실 편에서 가져온 겁니다... 실제는 이보다 조금 혼잡하지 않을까요? 아마 사진 찍느라 조금 치웠을거라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전 그림 잘 못그리고 악기 연주 잘 못합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 너무 좋아하고 그림보는걸 엄청 좋아하니 전시회나 음악회 부지런히 쫒아 다닙니다. 그래서인지 이쪽 친구들과 말이 잘통합니다. 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구요. 이 책 <예술가의 작업실>을 리뷰어클럽에서 보고 마구 끌림에 얼른 책 소개코너에서 <미리보기>를 봤습니다. 사진을 보니 깔끔하게 정리된 화백의 작업실이나 뚱땅거리는 친구들의 작업공간과 비슷하더군요. 예술가의 작업실! 저자는 이를 '물질과 연장 그리고 작가의 영혼이 뒹구는 창조의 방'이라고 풀어썼네요. 참 평론가다운 표현입니다. 저는 그냥 '창의와 예술의 산실!' 정도 밖에 표현 못하겠지만, 친구들의 작업실에 들어가면 붓 하나하나, 화포틀 하나하나에 정말 어떤 예술적 혼이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창 한 귀퉁이로 스며든 빛에 이리저리 튀고 흩어진 물감을 보노라면 몽환적 상상력이 절로 머릿 속을 헤엄친답니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저자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2명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섬세한 시각으로 되짚어 본 책' 입니다. 12분이 정말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지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제가 언급할건 아니지만, 화가마다 지닌 나름의 작업방식과 어떤 예술적 기운을 느끼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은 책이란건 알겠습니다. 전부 다 개성있는 기법을 선보이는 것이 보는 것 만으로도 공부가 되네요. 그들이 다루는 물질이나 예술적 표현에 한계가 없다는 것도 새삼 실감합니다. 책을 다보고 읽은 후, 다시 소개된 화가들의 약력(296~299쪽)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분류를 보니 서양화가 8분, 조각가 2분, 한국화가 2분, 이렇게 구분하였네요. 사실 저에겐 현대미술이 어렵습니다.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는데, 수용하기에는 제가 좀 고전적이기 때문이죠. 어쨋거나 일종의 특수영역인 화가들의 공간을 엿봄으로써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관심있는 독자에 한해서 그렇겠지만요. 저에겐 참 느낌있는 책 입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미흡한 분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책의 분위기를 대충 잡아낼 수 있을 듯합니다...

(책의 뒷표지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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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