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가정

금비
- 작성일
- 2017.1.22
아름다운 길
- 글쓴이
- 연영흠 저
고글
올해 2월이 지나면 교직 생활을 한지 15년을 꽉 채운다. 15년이라니. 그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다. 아마도 그 다음 숫자로 '20'이 떠오르기 때문에 오는 부담과 두려움이 커서일 것이다. 교직 경력이 쌓인다는 것은 괜찮다. 경력과 함께 늙어간다는 게 싫은 것인다. 내 개인의 노화때문만이 아니라 나이든 교사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경력은 쌓일수록 시행착오가 줄고 경험에 의한 노하우는 풍부해짐으로 분명 좋은 점이 있지만.
이 책을 쓰신 연영흠 선생님은 예스24 블로그에서 '목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계시며 작년에 교직에서 정년 퇴직을 하셨다. 무려 37년을 교단에 계셨던 것이다. 박정희 정권때 시작한 교직생활이 박근혜 정권때 "정년"퇴직 하셨으니 그 또한 묘한 인연이다. 명예퇴직을 하시려다 현재 보다 나은 대통령 집권했을 때 퇴직하자고 미룬 것인데 아마도 보람을 느끼진 못하셨을 것도 같다. 연영흠 선생님께서는 평교사로 재직하셨고 퇴직 100일 전부터 쓰기 시작한 회고록 또는 선생님 말씀처럼 퇴직일기를 퇴직 후 100일까지 쭉 쓰셨다. 형식은 일기이고 편집도 문장별로 엔터처리가 되어 있어 양쪽 정렬이 아니다. 처음엔 이 형식이 익숙치 않았는데 서서히 내용에 빠져들면서 형식의 낯섬은 금세 잊을 수 있었다.
같은 직업이여서인지 몰입하여 읽었다. 과거에는 교사 생활이 이랬구나, 강원도 지역은 이렇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문제 학생 문제 부모가 있었구나, 갈수록 힘들어지는 직업이긴 하구나, 원로교사들이 이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등등.
연영흠 선생님의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책이지만 교직 생활의 변화나 학생 인권과 교사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오신 선배 교사들의 발자취도 발견할 수 있어 새삼 고마움도 느꼈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이 분명 있었다는 것, 꼰대같은 선배 교사들이 후배 교사들에게 혐오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돌길을 걷기 좋은 흙길로 일구어 주신 누군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연영흠 선생님 본인의 공과를 본인의 시각에서 담으셨다. 글쓰기 지도, 연극 동아리 운영, 특히 학급문집이나 동아리 문집 같은 일이나 우취동아리를 20여년 넘게 운영하신 것 등 국어과 선생님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신 것 같았다. 그외 부끄러운 일들도 고백하셨고 상처준 학생들에게 사과의 마음도 전하셨다.
인상깊은 대목은 연영흠 선생님의 퇴직 전 6개월 간의 교직 생활 이야기였다. 유독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셨는데 퇴직 전의 일기 내용과 퇴직 후의 일기 내용이 대비된다. 퇴직 전의 일기에서는 수업 반 배정이나 체험학습 인솔 교사 관련 문제 등에 대한 섭섭함을 솔직하게 드러내셔서 선생님의 분노가 느껴졌는데 퇴직 이후의 일기를 보면 그때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이 현재 가라 앉았고 당신의 부덕 탓이라고 잘못을 돌리셔서 한결 편안한 마음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퇴직 직전의 선배 교사에게 어떠한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이 책의 가장 강점이 선후배 간의 세대 갈등을 줄이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였다. 특히 원로 교사들에 대한 공을 인정하여 공손하게 대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 주변 선생님들과 이 책을 돌려 읽으면 좋겠단 생각도 하였다. 그렇다고 배울 것 전혀 없는 선배 교사들(가령 지난 학년도에 우리를 못살게 군 누구처럼)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으리라.
연영흠 선생님의 귀한 글을 통해 나는 앞으로 어떻게 교직 생활을 이어가야할까, 란 생각을 또 새겨보았다. 그 귀한 정년퇴직까진 자신 없지만 나 스스로가 덜 부끄러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식상하지만 꼭 필요한 다짐을 한다.
(연영흠 선생님의 정년퇴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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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