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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곰
  1. 내가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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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심리학
글쓴이
클라우디아 하르만 저
현대지성
평균
별점9.4 (35)
책읽는엄마곰



 



 



하지만 엄마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아이에게 '다 잘될 거야'라는 느낌을 전해주기가 힘들다. 스스로 고통에 젖어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기 힘들고, 심한 경우 엄마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p.64) / 말 그대로 피부밑까지 침투하여 아이의 존개 가치를 공격한다. 그런 경험은 오래도록 아이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p.59)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육아서에 치중된 독서를 했다면, 아이가 좀 자란 후에는 심리서를 부지런히 본다. 나는 내가 육아서를 많이 읽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백여 권은 읽었더라. 사실은 그것을 발견한 즈음부터, 심리서로 갈아탔다. 타인의 '육아 기록' 이나 '육아 자랑'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오히려 타인의 '심리공유'는 많은 인상을 남긴 까닭이었다. 아들의 엄마는 몸이 고되고, 딸의 엄마는 정신이 고되다는 말을 누가 처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정신이 고된 날이 오지 않도록 아이와 꾸준히 소통하고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라는 마음으로 심리서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 책은 꽤 오래도록, 내 책장 1열에서 육아에 감정이 휘둘릴 때마다 나에게 “stop. 숨 한번 쉴까? 어느 페이지를 다시 읽으면 좋을까?”하고 말을 걸듯 하다. 



 



 



꼭 우리가 잃어버린 것만을 애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바라던 경험을 못했다는 사실 또한 애도해야 합니다. 결핍감을 느끼는 대부분은 자신이 나빠서,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서 그런 일을 겪었거나 나쁜 일이 일어나게끔 스스로 허락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거든요. (p.116)



 



이 책을 읽는 내내, 옮겨적을 것이 너무 많아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책이 끈끈해지는 것이 싫어 인덱스를 붙이고 옮겨적자마자 떼어내는 성향인 내가, 그냥 인덱스를 붙여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옮겨적고 싶은 구절이 많았다. 이 책은 “엄마의 아픔에서 나를 지키고 싶은 딸들을 위한 심리학”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엄마와 딸,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심리학”이다. 나의 상처가 나아지면, 상대방의 아픔도 조금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딸의 입장으로든 엄마의 입장으로든, 한쪽 감정이 좀 묽어지면 반대편의 감정도 그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양방향 치유서다. 또,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주입하지 않게 하는 엄청난 육아서이기도 하다.



 



엄마와 함께 느끼고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작업이다. 엄마에게 감사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아팠던 부위에 흔적이 남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상처는 아문다. 그런 후 우리는 자신이 엄마와 닮았다는 것을 더이상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p.237)



 



얼마 전 엄마가 “네가 옆에 살아서 별말을 다한다. 근데 속이 시원하네.” 한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는 나의 감정을 다 품어왔을 텐데 이제야 겨우 터놓는 당신 속내를 미안해하다니. 긴 세월, 엄마는 “괴롭힘당하는 며느리”였다. 참으로 정정한 할머니는 60이 훌쩍 넘은 며느리를 아직도 괴롭힌다. 시누이에 시동생까지 합세하여 엄마를 볶아도 꾹꾹 눌러온 스트레스를, 40년 만에 조금씩 털어내는 거다. 어느새 40이 다 된 '옆에 사는 딸'에게. 나는 이제라도 들어줄 수 있어 다행인데 엄마는 미안해한다. 오늘 엄마에게 “엄마, 내가 왜 작가가 못 되는지 알았어. 이 책에 나오는 딸들처럼 사연이 없어서야. 그러니 사연 좀 되게 어디 김 씨 일당들 이야기 좀 잘 해봐” 하며 커피를 내렸다. 엄마는 평소와 달리 유달리 길게 끼고 읽는 이 책을 뒤적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 엄마에게는 이 수다가 치유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은 어른이 된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엄마와 수다를 떨며, 엄마를 괴롭히던 감정을 같이 털어드려야지. 



 



이 책은 감사하게도 나를, 조금 더 나은 엄마, 조금 더 나은 딸이 되도록 노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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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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