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책읽는엄마곰
- 작성일
- 2022.11.16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 글쓴이
- 김종필 저
포르체
너희들은 지금 서로를 극진하게 사랑하는 우리 사랑의 기운을 받으면서 분가하듯이 각각의 화분에 하나씩 심어지고 있단다. 그러니 스스로의 독립된 삶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려무나. (p.51)
소슬한 바람결에 실려 온 풍경 소리가 마음에 내릴 때 일어난 메아리 같은 소리는 “두레우물 같은 마음에 내리는 달빛이고 별빛이어라”하는 것이었습니다. (p.191)
성 베니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가본 일이 있다. 가톨릭 신자라 성당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붉은빛이 살짝 도는 갈색 벽돌 건물들, 풀 한 포기 하나 허투루 보지 않은 듯한 전경에 온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땐 내가 임신 중이었는데 마주치는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 축복해주셔서인지 뱃속의 '샬롬이'가 기쁨의 발차기를 해댔고, 두 번째 그곳에 갔을 땐 뒤뚱거리는 '샬롬이'에게 은총을 내려주셨다. 이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는데, 거짓말처럼 그날의 환한 기분이 그대로 떠올라 묵상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한두 장가량의 묵상 모음집이라 욕심낸다면 한두 시간 내에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나는 일부러 한줄 한줄 천천히 읽었고,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도 하나하나 감상했다. (알고 보니 엄청 뜻깊게 읽었던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를 쓰신 김해남 작가님의 그림이었다) 어떤 글에서는 가슴이 푸근했고, 어떤 글에서는 눈물을 훔쳤다. 신자가 아닌 분들이 읽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받는 기분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연 속의 겸허함'으로 묶인 글들이 제일 좋았는데, 비나 바람에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사랑과 숭고함 등을 깨닫는 과정이 온 마음을 울렸다. 고추 모종을 옮겨심으면서도 그들에게 축복을 주고, 목화솜을 터트리는 씨앗에게서 감사를 배우는 신부님의 마음에 나도 더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꽃이나 하늘, 가을에 부는 바람같이 좋은 마음으로 살자는 다짐을 여러 번 했다. 또 아이의 마음에 슬픔이 밀려들 때, 따뜻하고 보송하게 말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도 생각했다.
'마음의 깊이'에서는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문제를 당장에는 해결할 수 없어도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조차 은혜롭다는 말을 읽으며,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떠한 어려움에 닿아도 털고 일어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홀로와 더불어'라는 묵상을 읽으면서는 함께 사는 세상에서, '나'로 온전히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하루에 앉아 다 읽기보다는 식탁이나 소파 등 손 닿기 쉬운 곳에 두고, 그날그날 마음에 닿는 제목들을 펼쳐 기도하듯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신자가 아니라도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한 장씩 읽다 보면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읽기만 했는데 이렇게 온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보면, 꽤나 짙은 온기가 묻어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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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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