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제니
- 작성일
- 2016.12.21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 글쓴이
- 마스다 미리 글,그림/조은하 역
애니북스
“치에코씨와 사쿠짱은 아주 사이가 좋습니다. 사쿠짱은 집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치에코 씨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부부지만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小자가 두 번이나 들어갈 정도이니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의 일을 말하는 것일 테다. 치에코씨와 사쿠짱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면 ‘소소하다’는 것이 어떤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소소한 행복’의 표본이라고나 할까.
미술을 전공했지만 구두 수선일을 하는 사쿠짱. 그는 수선하는 일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편 치에코씨는 때로는 그만두고 싶어 할 때도 있지만 열심히 생활해나가는 직장인이다.
그 둘에게는 아이가 없지만, 부부 사이에 서먹하거나 냉랭한 기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부의 일과 중 하나가 ‘일부러 슈퍼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데이트를 즐기며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것’일정도로 특별할 것 없지만 알콩달콩 편안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치에코씨는 쇼핑 카트를 미는 사쿠짱의 뒷모습을 좋아합니다. 쇼핑카트 안에는 두 사람의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소중한 걸 담아 옮기고 있구나 생각하면 치에코씨는 행복해집니다.”
(본문 중에서)
갓 결혼을 하고 가장 즐거웠던 일 중의 하나는 과거엔 애인이었지만 남편이 된 그 사람과 함께 장을 보는 일이었다. 연애할 적에는 함께 장을 봐도 과자나 음료수 혹은 한 번 구워먹을 양의 고기를 사는 게 전부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과자나 음료수 혹은 구워먹을 고기뿐만 아니라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기본양념부터 화장지, 티슈, 수세미 같은 생활 용품까지 쇼핑 카트에 담기는 물품이 더 다양해졌다. 엄마 심부름으로 마트에서 간장도 사고 고추장도 사 봤지만 결혼을 하고 카트 안에 우리가 담는 물건들은 ‘우리 끼리’ 쓸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장보는 일이 더 재미있었던 것이리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신혼의 큰 재미였던 것 같다.
치에코씨와 사쿠짱의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서 십 년 전의 우리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 때의 행복했던 기분도 다시금 떠오르고..
이번 편 에피소드에서 눈여겨 볼 부분 중 하나는 ‘수짱’이 등장하는 23화이다.
슈퍼 점원의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나빠진 치에코. 그녀는 자주 들르던 카페에 가서 카모마일티를 마시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 때 뜨거우니 조심해서 마시라거나 에어컨 춥지 않느냐 묻는 사려 깊은 직원이 등장하는데, 그 직원이 바로 ‘수짱’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 이런 식의 저자의 배려가 참 좋다.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은 일본 월간 코믹잡지 〈YOU〉에 연재되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성인 여성이 타깃이라 자연스럽게 부부라는 주제를 연상했다는 마스다 미리. 그녀가 그려 낼 앞으로의 치에코와 사쿠짱의 일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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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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