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영화

블루
- 작성일
- 2017.10.19
내 사랑
- 감독
- 에이슬링 월쉬
- 제작 / 장르
- 아일랜드, 캐나다
- 개봉일
- 2017년 7월 12일
인생 영화를 만났다. 영화 제목과 배우를 보고는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나 상영관이 많지 않아 좀처럼 보지 못했다. 어느 주말 아침 7시, 영화관 홈페이지를 훑다가 이 영화가 아침 8시 10분, 하루에 딱 한번 상영하는 걸 발견했다. 집에서 먼 영화관이었는데도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드디어 볼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를. 놓칠 뻔 했다니!

이 영화는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와 그의 남편 에버렛 루이스의 실제 사랑이야기다. 모드 루이스는 태어났을 때는 보통의 아이였지만, 8살이 되어 턱의 발달이 멈추면서 성장이 느려졌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그녀를 교육시켰고, 부모가 돌아가신뒤 고모의 보호를 받았다. 에버렛이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았던 곳도 고모의 집이었다고 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오빠를 등장시켜 좀더 극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음악이 흐르며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드. 손이 불편해보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몰두해 있다. 화가의 열정이, 어떤 극적인 슬픔을 나타내고 있었다.

사랑에 서툰 남자 에버렛(에단 호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서툰 그는 생선을 파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집에서 일해줄 '여자'를 찾는다. 청소를 하고 밥을 해 줄 여자. 모드(샐리 호킨스)는 가정부를 구한다는 쪽지를 가지고 그의 집으로 간다. 몸도 불편해 보이고 키가 작은 여자라 탐탁치않아 한다. 하지만 모드는 에버렛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 2층 다락에 방도 하나뿐인 곳 에버렛의 집에서. 여자의 보살핌을 받고 싶었던 에버렛은 도리어 자신이 여자를 보살펴야 하나 투덜대지만, 그녀가 싫지 않다. 어느 날 생선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되지 않았다는 산드라(캐리 매쳇)가 방문하고, 물건을 배달 완료했다는 카드를 주는데 뒷면엔 모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산드라는 그녀의 카드를 돈을 주고 구매하고자 하고 점점 그녀의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간다.

모드의 그림이 비싼 값으로 팔리자 에버렛은 그녀의 그림을 판매하는게 신이 난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질수록 자신에게는 소홀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에버렛이다. 더군다나 모드를 소개했던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나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툴툴댄다.
모드와 싸우고 그녀가 집을 나갔던 날에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에버렛. 서로에게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모드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너무도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영화에서 에버렛이 자꾸 작은 여자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모드 루이스의 사진을 보니 굉장히 키가 작은 여성이었다. 에버렛과 모드가 함께 서 있는 사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사랑은 이처럼 계산하는 것이 아님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랑에 서툰 남자가 부족해 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알았던 여자와의 사랑. 둘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워가고 있었다.
느리게 이어지는 음악에 맞춰 보여지는 영화 속 화면들. 화사한 동화적인 그림들이 화면 가득히 펼쳐진다. 마음은 먹먹해지고 눈물이 차오른다. 이 영화를 못보았으면 어쩔뻔 했나. 안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놓치면 후회한다고. 영화 제목이 왜 <내사랑> 인가. 차라리 원제 <마우디>를 사용했으면 더 나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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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