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후안
- 작성일
- 2012.10.25
또 다른 세계화
- 글쓴이
- 도미니크 볼통 저/김주노 역
살림출판사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 즉 ‘지구촌’이 되었다. 그 지구촌이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이제 세계는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더욱 가까워졌다. 이론의 여지없이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 운송 수단과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배포되어 있는 10억대의 휴대전화, 거의 같은 수의 인터넷, 그리고 45억 대의 라디오, 35억대의 텔레비전 등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준다. 이런 세계화는 모두 3단계에 걸쳐 일어났다. 첫 번째 세계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엔이 결성되면서 이루어진 정치 세계화로, 두 번째 세계화는 1970년대 서구 사회의 막강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경제 세계화로, 세 번째 세계화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 산업체들이 이끄는 문화 세계화다. 사람들은 정보-소통의 세계화가 인류에게 지적인 풍요로움과 인간 해방을 선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정보의 교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욱 첨예하게 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문화 세계화는 인류의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특수성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고, 서로 간의 몰이해를 심화시켰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 사이의 거대한 단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적 진보와 함께 소통은 퇴보하고 있다. 《또 다른 세계화》의 저자 도미니크 볼통은 문화 세계화가 긴장과 증오, 충돌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한 다국적 문화 산업이 지배하는 틀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기구등에 의한 경제화를 통한 세계화가 아닌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차이점들을 용인하고,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인 공존을 구축하는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가 큰 만큼 서로 간의 대화는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따라서 그럴수록 우리는 소통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는 일방적인 수용을 전제로 한 메시지인 반면에 소통은 상호 이해를 중시한다. 이것이 소통이 정보보다 어렵고 복잡한 이유다.(중략) 이러한 사유로 인해 정보의 홍수속에서 각 국가간 민족, 세대간의 갈등은 더해지고 분쟁지역은 갈수록 늘어간다. (21쪽) 모든 문제는 결국 우리가 정보와 소통을 혼동하는 데서 온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면서 확연히 다르다. 정보는 발신자가 메시지를 전송하여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과 접속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반면에 소통은 메시지를 받은 수신자가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초점을 둔다.(12쪽) 문화적 활동과 소통의 세계화에서 서로에 대한 사회 개방의 증대에 직면해서 정체성-문화-소통의 이 새로운 삼각관게가 민주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세계화의 충격을 제어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은 문화와 소통, 정체성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며, 또한 다른 문명들의 필수적인 자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67쪽) 경제 세계화에 직면해 정치적 독립은 무능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중략) 문화 정체성의 존중 없는 정치적 독립은 매우 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문화 정체성의 존중은 독립을 보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정치적 독립과 문화 정체성 사이의 관계 개방, 그리고 우리가 그런 생각들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바로 변화라 할 수 있다 (110쪽)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또 다른 세계화’의 개념을 정리한 부분과 이들 연구가 적용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한국의 구체적 소통-불통 사례’와 함께 최근 세계의 핵심적인 쟁점인 ‘아랍의 봄’ ‘후쿠시마의 반향’ ‘유럽 재정 위기’ 그리고 ‘포퓰리즘의 급부상’ 등을 담아낸다. 도미니크 볼통이 바라본 한국의 문제점 중 하나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인데도 인권 분야나 중요 외교 사안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 오늘날도 한국은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치적 모범생일 뿐, 결코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은 문화나 정보-소통의 세계화 시대에 무척 매혹적인 나라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단다. IT 기술과 사이버 세계의 최강국이면서 ‘한류’와 같은 창조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제는 세계화된 한국의 기업인 삼성, 현대, LG등이 자신들이 한국의 기업임을 나타내지 않음을 의문시 한다. 그들 기업이 국가를 나타내지 않는 것은 폐쇄적 세계화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지금의 경제적인 한국의 위상을 반영해볼 때 그들 대기업이 한국을 나타내는 것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그들 기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곁들인다. 한국은 분명히 기술적, 경제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의 세계화와 문화 간의 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독자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미국보다 앞선 것들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더 큰 가능성은 바로 한국이 여전히 소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적 관점, 그리고 경제·문화적 위치에서 한국은 오래전부터 두 극단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이는 또 다른 세계화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한국이 이런 단점과 장점을 직시하고 더욱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21세기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한다. 지구촌이란 개념은 친근하고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꿈꾼 세계화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세계화란 거대 다국적기업과 투기 자본의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적인 침략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이 첫째 조건인 언어는 무시한 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거두어들일 것인가라는 명제가 전 세계에 파고들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에 유포하는 미국식 문화와 생활방식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화에 노출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뒤흔들며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결국 곳곳에서 문화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 채의 저자 도미니크 볼통은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적 세계화만을 세계화라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문화-정보, 경제적 이윤과 더불어,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세계화를 주창한다. 문화적 공존이야말로 전 세계를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세계화이다. 내가 ‘또 다른 세계화’라 명명한 문화 세계화의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 다양성을 인식하는 진정한 소통뿐이다.(195쪽) 우리 세상은 언어와 문화, 사상, 종교, 기술 등과 같은 모든 차이점들이 결합한 결과다. 소통하는 것은 모든 차이점을 수용하는 것이며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능한 많이 그것들과 공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대화와 평화적 공존의 세계화는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다.(252쪽) 이제까지 읽었던 책 중에 어쩌면 가장 난해한 책이었다. 읽고 또 읽기를 여러 번하고 나서야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렴풋이 다가왔다. 이렇듯 읽기가 어려웠던 것이 낯선 언어의 등장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나의 책읽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문장에 집중할 수 없었던 번역도 한몫을 담당한 듯하다. 저자는 문화를 통한 서로간의 이해가 수반된 세계화만이 온전한 소통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역사와 현실속의 다양한 예를 들어가면서 제시한다. 거기에 한국판에는 특별히 우리나라에 대한 별도의 장을 마련하는 친절함도 보였다. 소통의 문제는 단순히 세계화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문제이다.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그저 내 자신의 편리대로,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보이는 대로 상대를 판단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소통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하여, 유혹하고자 하는 수신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189쪽)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통이란 정보를 전하는 쪽의 입장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봄이 진정한 소통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다른 말은 아닐까. 세계화란 국가간의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도미니크 불통이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진정한 소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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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