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시선

윤단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3.3.18

여왕님에게 자비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보여준 이번 경기 결과, 떡실신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2위와의 격차가 20점이 넘는다는 건 소수점 차이로도 순위가 가려질 수 있는 피겨라는 경기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 해볼 수 없는 무기력감을 선사하는 점수 차이죠. 이미 '어나더레벨'이 아니라'연아더레벨'이라는 신조어를 가지고 있는 연아선수입니다만, 그리고 저는 이런 독보적인 내용을 묘사할 때 '압도적'이란 표현을 즐겨 쓰는 편입니다만 그 또한 '연아적'이라고 바꿔 말해야 할 듯합니다. 네, '연아적'인 경기가 이렇게 끝났네요. 왼쪽의 두 선수가 결과에 만족하는 미소를 짓고 있는 데 비해 오른쪽의 선수는 참 표정도 꽁기꽁기하군요.
이번 월드가 시작되기 전에 포디움 예측이 무성하면서 북미에서 열리는 월드이긴 하지만 유럽 일색인 심판진과 이번 시즌 심판 사랑에 힘입어 전 대회 우승을 질주하고 있는 아사다나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카로의 존재는 08 월드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죠. 결과적으로 메달 색깔만 바뀐 채 그때의 포디움이 유지된 셈인데요, 그보다 포디움에 오른 세 명 모두가 월드 챔피언이 되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이번 월드의 가장 큰 진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트위터상에서는 20점이라는 점수 차이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떠돌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차이는 트리플 러츠 세 번을 뛰고 더블 러츠를 한 번 더 뛰어야 메워지는 차이라고, 어떤 분이 빨리도 계산해서 올리셨더라고요. 점프 하나의 성공 여부, 그리고 성공한 점프의 가산점 여부가 순위를 결정 지을 수 있는 피겨라는 종목에서 점프 네 개의 차이라니, 정말 인터넷에 떠돌던 농담대로 김연아는 빙판 위에서 귤만 까먹어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점수가 나오자 김연아 선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차이나는 점수를 받아도 되겠냐는 듯, 담담하면서도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데요, 앞의 포스트에도 올리긴 했지만 봐도봐도 경이로운 프로토콜 다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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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있는 버전이 올라오길 기다렸는데 아직 없어서 그냥 올립니다. 영국 해설 버전이고요, 후반부 2+2+2에 이르러선 아예 대회가 끝났다고 선언해버리네요. 그리고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기립하는 관중들.... 네, 여왕의 피겨가 얼마나 그리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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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공식연습 9회 중 8회 참석했다고 하는데, 매번 최상의 컨디션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인터뷰를 보니 연아선수는 연습이 잘되서 실전에서 클린하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는데, 올림픽 거쉰의 임팩트가 워낙 크다 보니 김연아의 클린을 당연시하는 감도 없지 않지만 사실 올림픽 이전에는 미스 사이공에서 두 번인가 성공하고 올림픽 시즌에도 프리 클린은 올림픽 경기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단 세 번밖에 참가하지 않은 컴피에서 두 번이나 클린을 보여준 레 미제라블은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프리 결과인데요, 이로써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던 여왕의 뜻대로 두 명이나 더 데리고 올림픽에 나가는 게 가능해졌는데, 우리나라가 올림픽 피겨 세부종목에서 세 명이나 선수를 내보내다니, 대한민국의 영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박소연 선수가 연아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던데, 소연양도 열심히 해서 민정언니처럼 올림픽에서 사고 한번 쳐주세요. 일단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는 게 먼저겠지만요 ㅎㅎㅎ
특기할 만한 점은, 미국이 그토록 소원하던 올림픽 티켓 세 장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일본도 무라카미의 선전으로 세 장을 방어해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러시아.... 지난 시즌 은메달리스트였던 맏언니 레오노바는 부진했고, 유로에서 반짝거렸던 아델과 리자는 그놈의 성장통이 언제나 끝나려는지, 자국 올림픽에 두 명의 선수밖에 내보낼 수 없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네요. 그래도 남자 싱글에 비하면 양반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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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그룹 선수들이 웜업하는 장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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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가 웬일로 이번 시즌 프리의 3트리플 법칙을 깨고 5트리플을 달성했습니다. 물론 트리플 악셀의 애매한 회전수와 투풋랜딩은 잡지 않았고요. 두 번째 심판이 러츠 롱에지에도 가산점을 주는 등 유독 후한 판정이 눈에 띄는데 구성점에서도 퍼포먼스와 안무에 9점을 주었군요. 안무는 두 명의 심판에게서 9점을 받았는데, 날뛰는 오리가 등장하는 이 프로그램이 어딜 봐서 9점대가 나올 만한 프로그램인지, 여튼 쇼트의 순위를 끌어올려 포디움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동메달 걸어주고 이 시즌의 괴랄한 백조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으니 찜찜함이 남아 있긴 해도 속이 다 시원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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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로는 룹의 싱글 처리와 마지막 점프인 살코에서 넘어지지 않았다면 200점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그보다는 심판들이 200점대를 넘겨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기회인데 안타깝게 되었군요. 구성점이 후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유로에서도 이미 70점대를 받아간 선수라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네요. 다만 룹 싱글링에 살코에서 넘어져 다운 판정을 받은 월드가 눈에 보이는 큰 실수 없이 마무리된 유로보다 기술점이 높은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러시아의 여싱 메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지금, 유럽 올림픽에다 자국 ISU 회장이라는 배경을 가진 그녀를 한국 출신 올림픽 챔피언의 올림픽 2연패를 저지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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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의 롱에지 말고는 클린이었던 리지준은 이날 김연아에 이은 기술점 2위였습니다. 쇼트를 망쳤기에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은 어차피 없었고, 구성점도 이 정도면 적당한 수준으로 받았다고 생각되지만, 골드나 무라카미, 오스먼드 등이 60점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닙니다. 김연아의 '연아적' 우승으로 가려져 그렇지 여싱 결과는 순위와 점수 많은 면에서 의문부호를 남깁니다. 여튼 중국에선 오랜만에 예쁜 여자선수 나왔으니 잘 키워서 평창에서 좋은 결실 맺게 되길 바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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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는 초반 세 가지 점프를 뛸 때만 해도 내셔널의 인생경기를 재현하나 싶었는데 중반 이후부터 뭔가 흔들리는 모습이었지요. 그런 것 치곤 너무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느낌인데, 아직 점프만 잘 뛰는 신예에게 60점대 구성점이라니 이건 너무하지요. 어떻든 골드의 분전 덕에 미국은 올림픽 티켓을 세 장으로 늘리는 데 성공합니다. 사샤 이후 스타에 목말라온 미국이니 골드의 앞날도 덩달아 활짝 열리겠고요. 그나저나 승냥이로 소문난 이 선수 연아언니와 사진 찍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던데 사진은 찍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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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는 프리에서 무너지며 미국 챔피언의 월드 메달 획득을 다시금 뒤로 미룹니다. 그래도 쇼트의 순위를 지켜내긴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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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의 구성점도 너무 과합니다. 7점대 후반이 적당한 선수인데 8점을 넘어 8.5를 찍은 심판도 있군요. 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아사다의 채점이 워낙 이상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다 묻히는 좋은 포지션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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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를 대차게 말아먹은 뚝이는 프리는 그럭저럭했습니다만.... 딱 그럭저럭입니다. 러시아에서 그럭저럭하라고 월드에 내보낸 건 아닐 텐데 러시아 챔피언이자 유로 메달리스트인데 이번 월드에선 별 존재감이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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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건 소트니도 마찬가지.... 그래도 구성점은 잘 받아가는 선수 중 하나죠. 뚝이와 함께 러시아 차세대 투톱인데 언제까지 정체기에 머물러 있을 건지... 강릉에서 반짝반짝 참 예뻤던 선수인데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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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먼드는 프리에서 대체 뭘 보여준 건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구성점이 기이하게 높았던 선수 중 하나... 프로토콜이 참혹해서 굳이 가져오진 않았습니다만 이런 스케이팅에 8점대를 찍은 심판이 있더라고요. 안방이 그래서 좋긴 좋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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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리야 보날리의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자기 이름을 써넣을 수 있는 선수가 나오지 않은 프랑스지만, 파워를 앞세운 피겨를 하는 메이떼 선수에겐 미국 파워 점퍼들과 다른 에너지 넘치는 매력이 있지요. 강릉에선 실레떼 선수를 봤었는데 평창에선 이 선수를 보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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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 동메달리스트인 스즈키는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이었다가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지네요. 올림픽 티켓은 세 장이지만 이래서야 다음 시즌에 올림픽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일본 연맹이 홀대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안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3인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올림픽을 앞두고 커리어 지속 면에서 심각한 고민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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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은 그냥 '망했어요'인 레오노바.... 그러고 보니 레오노바와 스즈키 모두 지난번 월드 메달리스트들인데 이번 시즌 왜 이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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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이는 유로에서 모든 걸 불태우고 온 건지 뭔가 빛을 잃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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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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