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서적

나날이
- 작성일
- 2014.11.26
읽어가겠다
- 글쓴이
- 김탁환 저
다산책방
이 책은 저자가 명작 23편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해 내고 있다. 라디오에서 소개했던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조각하고 세상에 내어 보이고 있는 글이다. 읽기가 아주 편하다. 많은 이야기를 응축시켜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저자의 글에 대한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이다.
“내가 당신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바람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저를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처럼 자신에게 다가왔고, 그것이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되어 이렇게 책이 되고 있는 듯하다. 자자는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삶을 독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인물에 대해 3 번씩 만나고 지금 얘기하고 있다고. 그만큼 작중 인물들과 진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들려주는 생각의 편린들이다.
우리는 저자를 통해 모모를 만난다. 크놀프를 만나고, 어린왕자를 만나며, 애너벨 리를 만난다.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를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통해 만나고 ‘아우슈비츠의 참람한 기억’을 프리모 레비를 통해 만난다. 저자 김탁환 씨가 보는 세계는 참으로 특이하다. 물론 작품들이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이 특별하겠지만, 그가 만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은 새로운 세상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 중 < 녹턴 >이란 작품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가르치는 일과 배워서 능력으로 드러내는 일을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 사람이 첼로 연주를 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지도하게 된다. 그 가르침을 받은 연주자는 자신의 부족분을 채워나가면서 능력이 일취월장한다. 그런데 그 가르치는 사람은 첼로를 직접 연주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어린 시절 기존의 방식으로 연주를 배우다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음악적 능력이 소멸되어 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첼로 연주하기를 포기한다. 그런데 영감으로 첼로를 잘 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은 가능하다. 즉 능력은 원래부터 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지도란 뜻이리라. 타인의 내면에 내재된 능력을 이끌어냄으로 능력자가 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이런 능력을 이끌어내는 일을 그는 해낼 수가 있었고 연주는 못하지만 가르칠 수는 있었던 것이다. 즉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감독으로선 탁월한 명성을 쌓아가는 사람에 비유된다. 오늘도 그런 가르침과 배움의 능력 관계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선수 시절에는 별로였던 분이 감독으로는 출중한 결과를 드러내는 분들이 많다. 책은 생각이 신선한 글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또 엘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라는 작품을 읽게 한다. 이 작품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을 담고 있다. 인생이란 것이 정해진 방향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연성의 결과로 주어지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독자의 예상을 깨는 개구리 같은 소설이라고 본다.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은 한 여인이 딸을 데리고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토론토까지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은 도외시하고 토론토에 있는 마음에 둔 남자가 은근히 마중 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가 근무하는 곳으로 의미심장한 편지를 발송하고 기차를 탄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 젊은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눈다. 그런 상황 속에 차 안에서 딸을 잃어버리게 되고, 찾는 과정 속에 남자는 기차에서 내려 버린다. 딸이 아니었으면 그 남자가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렸을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남자가 마중을 나왔고, 그들 사이에 미묘한 관계를 설정을 하고 있다. 딸은 그들 사이에 이미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처럼 동양적 윤리관으로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것이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다. 따라가기 힘든 생각들이 내용 속에 들어 있는데 그렇게 거부감 없이 읽혀진다.
‘기차’라는 소설도 마찬가지다. 첫 장면, 기차를 타고 어느 곳으로 향하다 중간에 주인공이 무작정 내린다. 그리고 여인이 농사를 짓는 농장에 들어가 일꾼으로 동거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여인이 종양을 가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사랑 고백을 한다. 그런 후 주인공은 병원을 나와 어느 집의 관리인으로 살아간다. 그들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왜 주인공이 목적지에 이르지 않고 중간에 차를 내렸는지, 그리고 다른 삶이 되고 있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미래가 빤히 보이는 삶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인간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작품들을 저자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너무 알뜰하게 간추려, 요약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으로 따라갈 수 있다. 명작들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독특한 읽기도 우리들이 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데 많이 기여하고 있다. 책은 전체적인 흐름부터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글 속에서 그대로 옮겨서 보여준다. 그 내용들이 작품 속에서 핵심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되리라. 그것을 저자는 또 설명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책이 쉽게 읽혀져 가는 이유다. 정말 옆에 두고 수시로 읽고 싶은 책이다. 많은 도움이 되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배로운 책이다.
책은 <플랜더스의 개>, 마음의 성냥갑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남아 있는 나날>, <한 여자>, <존 버거의 글로 쓴 자서전>, <폭풍의 언덕>, <달과 6팬스>, <남방우편기>, <우주만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 명작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들이 작가에 의해 어떻게 재 조각되어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책을 구해 읽어보기를 강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에게도 좋은 기억이 되고 있다. 기억을 보충해 주는 창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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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