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march
- 작성일
- 2020.2.23
작은 아씨들
- 글쓴이
- 루이자 메이 올콧 저
arte(아르테)
작년에는 <빨강머리 앤>을 읽으면서 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올해는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서 출판사별로 <작은 아씨들>이 출간되면서 <작은 아씨들>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런 중에 서평 이벤트로 만나게 된 아르테의 <작은 아씨들>은 자수 스티치 모양의 표지가 너무 예뻤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작은 아씨들>이지만 지금까지 영화를 통해서 만날 기회도 많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같이 읽기도 했기에 줄거리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무섭기만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로런스씨가 베스에게 피아노를 선물 했던 일 ( 사람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에이미가 얼음이 깨지면서 강에 빠졌던 일, 베스가 성홍렬에 걸려 사경을 헤매었던 일 등등. 굵직한 에피소드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줄거리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감정선들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었다.
메그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 허영심이 있는듯 보이지만 절제할 줄 알았다. 맏이로서 동생들을 보살필줄 알았고, 책임을 다했다. 조는 여성이라는 것에 얽매여 있는 것을 싫어하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했고, 누구보다 정의로운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책을 너무 너무 좋아하고 글을 쓰고 있으니까. 베스는 부끄러움이 많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지만 가장 정이 많은 아이였다.막내 에이미는 철부지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어리지만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선물도 없이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란 말이야."
"가난한 건 정말 지긋지긋해!"
하며 시작했던 이야기의 끝에는 (1년이란 시간이 지나 전쟁에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고 정말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을때 ) 부쩍 성장한 네 자매가 있었다. 성장 소설로 읽혀지기도 한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네 자매는 조금씩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이 네 자매중 한 사람을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내 나이는 그들 중 한 사람을 모델로 삼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엄마라면? 아직도 기회가 많이 남아있는 것 아닐까? 자매들의 이야기도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이젠 엄마의 행동이나 말에 관심이 많이 갔다. 나는 과연 어떤 엄마일까?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불합리한 일을 만나서 화를 내고 있을 때,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힘들어 하고 있을때, 엄마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어떤 말을 해 줘야할까? 아니, 그동안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잘 대처해 왔을까? 엄마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가슴 아파하고 베풀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말이 앞서지 않고 항상 행동으로 보여줬으며, 답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었다.
" 아주 좋아! 이번 실험에 엄마는 상당히 만족해. 이런 실험을 반복하지 않아도 돼서 기쁘구나. 다만 반대로 극단적으로 노예처럼 일만 파고들면 안 돼. 균형을 맞춰서 규칙적으로 일하고 쉬어주렴. 그리고 매일을 뜻깊고 즐겁게 보내고 시간의 가치를 이해해서 잘 활용해보렴. 그러면 젊은 시절이 기쁨으로 가득할 거고, 나이가 들어도 후회하는 게 없겠지. 비록 가난하더라도 그 사람은 성공한 아름다운 인생을 살게 되는 거야."-p 240
그런 엄마를 네 자매는 당연히 존경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정원 한 켠에 우체통을 놓아두고 옆집인 로리네와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가족들끼리 전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로 전하기도 했는데, 조가 엄마에게 편지를 받고는 크게 용기를 얻는 장면이 있었다. 딸이 고3일때 학교로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아들이 질투할까봐 아들에게도 같이 보냈다.) 매일 보지만 얼굴을 보고 말하기에는 왠지 쑥스러운 면이 있어서였다. 안스러움과 대견스러운 마음을 담아서 보냈는데, 편지를 받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남편과 자식, 부모와 형제,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에 대해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아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로리와 할아버지가 서로 오해가 생겨 관계가 나빠졌을 때 조는 중재자의 역할을 잘 해내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원만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부분에서 뿌듯한 맘이 들었다.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하지만 당장 해결하지 않고 쌓아둔다면 골은 더 깊어져버리니 바로 바로 해결하는 것은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
사과하고 용서하는 것도 미루다보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조와 에이미의 에피소드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막상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난다면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면 지금은 그들의 삶을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에게는 어른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 그래서,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올컷은 네 자매중 둘째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철학자이자 목사였으며 늘 가난하게 살았다. 엄격하고 도덕적인 양육분위기에서 성장했고,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교사나 하녀등의 직업을 가졌으며 문학적 재능을 살려 잡지나 신문에 기고했다. 조에게 올컷이 많이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도 신문에 기고해서 글이 실리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남북 전쟁 당시의 후방인 뉴잉글랜드의 가정을 묘사한 <작은 아씨들>로 작가로서의 명성과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도 앞장섰고, 노예폐지론자였으며 평생 페미니스트였다. <작은 아씨들>은 올컷에게 성공을 안겨줄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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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